2019년 3월 19일의 수습일기
얼마 전 환갑이 지났다는 A씨는 서울 종암경찰서 로비에서 서럽게 눈물을 흘렸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고, 손수건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신 “살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A씨가 이렇게 억울해 한 사연은 뭘까.
A씨는 어릴 때부터 친구였던 B씨에게 모욕죄로 고소를 당했고,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A씨에 따르면 자신이 여러 사람이 있는 모임에서 B씨에게 “나쁜X”이라고 말했고, B씨가 그것을 녹음해 고소했다는 거였다. A씨는 “그럼 친구랑 싸우는데 자기가 예쁜 말로 화를 낼 수 있겠냐”며, “B씨도 자신에게 모욕적인 말을 하곤 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정말 억울한 걸까, 아니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은 걸까. 그 판단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모욕죄의 기준이 모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욕죄로 인정이 되려면 특정성, 공연성, 모욕적 표현이 성립돼야 한다. 이중 모욕이란 감정은 주관적이다. 상황에 따라, 재판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지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A씨처럼 불복하는 사례가 늘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욕죄에 대한 좀 더 명쾌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 모욕죄는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형’ 등 처벌을 받아 전과가 남는 꽤 무거운 죄다. 그런데도 어떤 말은 모욕죄가 되고, 어떤 말은 모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는 기사에 ‘ㄱ 같은 녀석’이라는 댓글이 ‘개’로 특정할 수 없단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일도 있었다.
이런 모욕죄로 접수되는 사건이 한 해 3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모욕죄 사건 접수는 약 4000건이었다니 엄청나게 늘어난 셈이다. 기준이 모호해 영악하게 모욕하는 사람들은 처벌이 어려워지는 반면, 법을 잘 몰라 직접적 욕을 내뱉는 사람만 처벌받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젠 어떤 것이 모욕인지 좀 더 명확해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