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0일의 수습일기
20일 오전 9시 30분,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종암경찰서 민원실에 유독 어르신들이 많이 찾아왔다. 거동이 어려운 분들도,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분들도 계셨다. 왜 이렇게 많이들 경찰서에 찾아온 걸까.
바로 서울시의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운전면허를 자진반납하는 70세 이상 노인 1000명(절반은 나이순, 절반은 추첨)에게 10만원 교통카드를 주기로 했다. 반응도 좋다. 내가 본 것처럼 많은 어르신들이 경찰서를 찾았고, 실제로 첫날인 15일 613명이 면허증을 반납했다고 한다. 이날 하루 반납자는 지난해 전체 반납자의 절반 수준이다.
안전 확보 차원에서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는 바람직하다. 며칠 전 한 지구대를 찾아온 할아버지는 운전면허 취소처분결정 통지서를 가져와 "내가 뭘 잘못한 거냐"고 물었다. 자신이 운전면허 취소 진술서를 작성하고도 기억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어르신들이 운전대를 잡기보단 아예 내려놓는 게 도로의 안전을 위해 좋을 것이다. 지난달 고속도로에서 70대 노인이 저속주행을 해 1명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는 지역도 있다. 부산시는 지난해 8월부터 고령자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시행했다. 운전면허 반납 건수가 늘자 그만큼 운전하는 고령자가 줄어 교통사고 사망자도 크게 줄었다. 이런 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교통사고 피해도 꽤 줄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자진반납은 어디까지나 선택에 맡겨야 한다. 운전면허는 노인들의 이동권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통사정이 나은 도시거주자보다 농어촌거주자가 운전을 이어가겠다는 응답률이 높았다. 현재의 10만원 교통카드도 좋지만, 그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대안 교통수단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하철이 없는 지역이나 농어촌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의 목적이 단순히 운전 제한이 아닌 안전에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