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2일의 수습일기
“뭐겠어요. 돈 떼먹혔으니까 그렇지.” 경찰서에서 민원인들에게 말을 걸다보면 하루에도 여러 번 이런 말을 듣는다. 마와리를 돌기 전까진 우리나라에 차용 사기가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알고보니 ‘돈을 떼먹히는 일’이 해마다 2만여건씩 일어난다고 한다. 그것도 경찰에 신고하는 건수만 이 정도이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할 것이다. 경찰들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면 크든 작든 돈 한 번 안 떼먹혀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싶다.
빈번한 차용 사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돈을 주고 받을 때 차용증을 쓰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오늘 성북경찰서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은 “그런 걸 썼으면 여기까지 왔겠냐”며 버럭 화를 냈다. 이런 경우 증거가 없어 돈을 돌려받기 쉽지 않다. 특히 소액인 경우엔 더 그렇다. 오늘 종암경찰서에서 만난 50대 OOO씨도 “30만원만 빌려달라는데 뭘 물어봤겠냐”며 이유도 묻지 않고 채팅에서 만난 여성에게 3년 전 돈을 빌려줬다고 했다. 실제로 범죄 피해 액수는 100만 원 이하가 30.5%로 가장 많다.
낮은 신고율, 솜방망이 처벌도 개선돼야 한다. O씨는 작은 돈이니 늦게라도 갚을 것이라고 생각해 신고가 늦었다고 했다. O씨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 어머니만 해도 한참 전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했고, 신고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신고를 해서 차용 사기가 인정되더라도 처벌 수위는 낮다. 대부분 1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되고 그마저도 집행유예로 실형을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얼마 전 마이크로닷 등 유명 연예인들이 이른바 빚투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돈을 주고 받을 때 확실한 증거를 남겨두고, 받지 못했다면 철저히 신고하고, 죄가 인정되면 무거운 처벌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빚투의 피해자들이 조금은 덜 생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