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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n 30. 2024

검경 수사권 조정, 왜 안 될까

2019년 3월 26일의 수습일기

 “하나는 자존심, 그리고 하나는 돈. 저는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봅니다.” 26일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만난 OOO OO과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이 되지 않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시작으로 검찰의 권력을 가져가게 되면 경찰과 검찰의 권력이 대등해질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였다. “어제까지 형님, 형님 하다가 오늘부터 야! 하면 좋겠어요? 그게 싫은 거죠.” O 과장은 명쾌하게 말했다. 검찰에게 있는 수사종결권과 구속영장청구권은 돈과 연결된다. 검사를 오래 하다 변호사가 된 일명 ‘전관예우’ 변호사들이 과거의 지위를 이용해 재벌 등 기득권에게 어마어마한 수임료를 받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 권력을 뺏기고 싶겠냐는 게 O 과장의 생각이다.


 O 과장의 말처럼 검경 수사권 조정은 어렵고도 오래된 문제다. 분명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어야 할 타당한 이유도 존재한다. 예컨대 검찰 수사가 꼭 필요한 전문 분야가 있을 수도 있고, 경찰 수사의 견제와 보완 역할을 검찰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는 근거로 이런 이유가 아닌 인권을 논하는 건 넌센스다. 물론 과거의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무시했던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몇 주 동안 가까이서 경찰을 지켜본 결과 지금의 경찰이 수사 대상자의 인권을 무시한다고 판단하긴 어려웠다. 몇 번이고 찾아와서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민원인들에게 경찰이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제3자인 내가 봐도 ‘당장이라도 집어넣고’ 싶은 사람들을 경찰들은 웃어 넘겼다. 어떤 경찰은 “인권, 인권 얘기하지만 정작 경찰 인권은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고도 했다.


 지금까진 경찰의 이야기밖에 들어보지 못했다. 검찰이 생각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지 말아야 할 가장 강력한 이유는 뭔지, 그리고 왜 이렇게 계속 되지 않고 있는 건지 검찰의 목소리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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