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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Jul 17. 2024

기자는 물음표다

2019년 4월 1일의 수습일기

데이터 저널리즘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1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기본교육 강사로 온 천관율 시사IN 정치팀 팀장은 이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한 기자는 "엑셀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 머릿속에도 R, 파이썬 등 각종 프로그램들의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정답은 '좋은 질문'이었다. 천 팀장은 "정확한 질문을 찾지 못하면 데이터 저널리즘도 없다"고 주장했다. 명확한 문제의식, 즉 제대로 된 질문이 있어야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천 팀장은 "데이터 저널리즘이든 기존 저널리즘이든 질문이 핵심이라는 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맞다. 기자의 생명은 질문이다. 필요한 것을 전부 묻지 않으면 사실 관계도 파악할 수 없고, 그 말은 즉 제대로 취재가 안 된단 얘기다. 좋은 질문 없이 좋은 기사가 나올 수 없는 이유다.


 오전에 '저널리스트의 바람직한 역할과 자세'를 얘기한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도 "기자는 묻는 직업"이라고 했다. '체험적 기자론'을 강의한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역시 "기자는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며 "한국 기자들이 외국 기자들보다 부족한 점은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5주 동안 마와리를 돌며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도 바로 질문이었다. "안 물어봤어?" "안 궁금해?" "뭐 물어봤어?" 라는 선배들의 질문보다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던 내 모습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다. '이정도면 물어볼 건 다 물어본 거겠지'라고 생각했을 때도 보고를 하다보면 늘 빠진 구석이 나왔다. 그럴 때마다 찾아오는 자괴감과 5주를 씨름했다.


 언론진흥재단 교육 첫날, 다시 한 번 질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천 팀장은 "유행을 따라잡으려고 경주를 하면 이길 수 없지만 저널리즘의 본질로는 승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는 기술이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얘기다. 2주가 지나 경찰서로 돌아가게 돼도 좋은 질문을 해야 한다는 교훈만큼은 늘 간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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