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3일의 수습일기
‘TMI’라는 말이 유행이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지나치게 많은 정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이란 뜻이다. 한동안 인터넷에는 ‘정치인 TMI’라는 이름으로 남성 정치인의 화장품, 별자리, 노래방 18번 등의 정보를 모아둔 글이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자살보도에도 TMI가 있다. 자살 방법이나 유서 내용이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적힌 기사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TMI와 같은 자살 보도는 대중의 호기심과 맞물려 확산된다. 마치 정치인 TMI를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재미로 그 내용을 소비했던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TMI와 같은 자살보도가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자살보도권고기준 3.0에도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하지 말라고 돼있다. 예컨대 자살방법을 자세히 보도하는 경우 모방자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 과거 한 연예인이 연탄을 이용해 자살했단 사실이 보도되면서 동일한 방법의 자살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샤이니 종현이 자살에 갈탄을 사용했단 사실이 보도된 이후 갈탄은 한동안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유서를 구체적으로 보도하면 베르테르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주변인이 자살했을 경우, 자살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유서를 자세히 보도할 경우 유명인의 죽음을 주변인처럼 느낄 확률이 더 높아진다. 샤이니 종현의 유서가 공개된 이후 트위터에는 ‘따라 죽겠다’는 글이 속출했고, 실제로 자살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작 자살과 관련한 보도에서 TMI를 해야 할 분야는 따로 있다. 바로 자살 예방에 관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언론이 자살 예방에 대한 정보를 매우 상세하게 보도해 자살률을 낮추기까지 했다. 3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수습기자 기본교육에서 A기자는 '자살 보도와 취재 윤리'를 강의하며 선배들이 쓰신 벼랑 끝에 선 사람들을 좋은 자살 예방 기사로 소개했다. 언젠가 자살 예방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TMI 기사를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