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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쿠나 Apr 28. 2021

손발이 오그라드는 첫 수습일기

2019년 2월 26일의 수습일기

“미성년자는 형사처벌 안 받아? 형사처벌 나이 기준이 뭐야?” 선배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다. 타인의 주민등록증을 사용해 경찰서에 온 중학생을 만나고 난 후였다. 전화를 끊고서야 정답이 생각났다.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으로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형사미성년자를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하며 외우고 또 외운 단어였다. 심지어는 소년법 관련 논술도 썼다. 그런데도 기억이 안 났다. 정작 써먹어야 할 때 제대로 써먹지 못한 거다. 한 번이 아니었다.


 “당장 기사를 써야 하는데 언제 녹음 풀고 마감시간 맞춰?” 너무나 맞는 말이기에 할 말이 없었다. 서울대 전기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축사가 끝나고 난 후였다. 현장을 챙기러 간 나는 축사를 부분 받아쳤다. 전문이 필요하면 녹음을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2012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주5일 국회 정론관에서 워딩만 쳤던 때가 떠올랐다. 완벽히 받아칠 수 없어도, 녹음기를 켜뒀어도 일단 치고 봤다. 그게 맞다. 알면서도 실수했다.


 종일 바보 같은 실수들을 하면서 깨달았다. 알고 있는 것이 전부 내 것은 아니다. ‘체화(體化)’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지식, 경험들은 진짜 내 것이 아니었다. 하나가 더 있다. 나는 내가 친화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실무면접에서, 임원면접에서 당당하게 스스로를 친화력 있는 지원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편집국 수습기자 생활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낯선 내 모습을 봤다. 경찰을 만나 우물쭈물대고,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가 어려웠다. 기자로서 친화력을 체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언론사 수습과정은 지금까지 내 것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던 것들을 진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시간이 아닐까. 지식, 경험, 심지어는 성격까지도 말이다. 당장 오늘 낮보다 밤, 오늘보다 내일 더 기자의 자질을 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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