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원 May 23. 2024

LG의 김범석

이토록 뜨거운 시작을 목격한다는 것

엘지 팬이라면 저 여섯 글자 제목에 멜로디가 자연스레 입혀질 수밖에 없다. 응원가가 만들어진 지 이제 겨우 한 달 됐지만 어느새 모두가 익숙하게 외친다.


동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희

야구 초보자로서 오랜 팬들이 부러워지는 몇 번의 순간이 있다. 그중 하나가 선수들의 신인 시절을 기억하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왔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2016년 건국대 외야수 홍창기 선수가 신인드래프트에서 LG트윈스로 지명받아 2024년 현재 출루율 1위를 달리는 1번 타자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세월을 봤다는 게 부럽다. 부산에서 태어나 수십 년 롯데 야구를 봤다는 회사 선배가 고 최동원 선수를 추억하며 보이는 눈빛은 삶의 큰 부분에 야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물론 과거 영상과 기록을 찾아볼 순 있겠지만 실시간으로만 느낄 수 있는 환희는 그 시대를 함께하는 야구팬들에게만 주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엘지트윈스 김범석 선수의 스무 살 선수 인생을 팬으로서 지켜보고 있는 게 기쁘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LG트윈스는 경남고 포수 김범석 선수를 지명했다. 홍창기 선수의 지명은 과거 기록으로 봤지만, 김범석 선수의 지명은 동시대에서 일어났다. 차명석 LG트윈스 단장은 그를 뽑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범석이라 뽑았습니다. 어떻게 김범석을 넘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덧붙였다. "김범석이라는 고유명사는 앞으로 한국야구의 대명사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 뽑았습니다."


2004년생 신인의 1군 첫 타석, 첫 안타, 첫 홈런, 선발 포수 데뷔까지 그 첫 순간들을 직관이나 중계화면으로 볼 수 있어 좋다. 첫 만루홈런도 벌써 나왔다. 4월 21일 SSG전에서 터진 무려 역전 만루홈런이었다. 며칠 전 5월 18일 경기에선 연타석 홈런도 기록했다. 지난해 입단한 신인이 써가는 대기록이 연일 기사로 쏟아진다. 내 기사 쓰고 퇴근하기도 바쁜데 자기 전 김범석 선수 인터뷰 기사를 읽으며 흐뭇해한다. 야구를 보기 전엔 상상도 못 한 일상이다.


지난달 잠실야구장 트윈스샵에 붙어있던 종이. 마킹을 원하는 사람이 많았나 보다. 지금은 나왔으려나.


04년생 포수와 04년 데뷔 투수

김범석 선수는 1루수나 지명타자로 뛰다 지난 5월 12일 롯데전에선 주전 포수로 첫 선발 출전했다. 박동원 선수의 부상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데뷔전을 무난하게 치렀고 경기는 승리했다. 염경엽 감독은 "누군가를 써야 한다면 김범석을 쓰는 게 LG와 미래를 봐서도 훨씬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라며 과감하게 쓰겠다고 했다. 김범석 선수 입장에선 일종의 시험 기간일 테고 팬들에겐 신예 거포의 수 가능성까지 기대해 볼 수 있는 시기다.

출처_TVING

김범석 선수가 포수로 데뷔한 경기에선 7이닝에 등판한 투수 김진성과의 투샷이 가장 인상 깊었다. 1985년생인 김진성 선수는 2004년에 프로 입단했다. 김범석 선수는 2004년생이다. 7회 말 1사 만루 상황에서 김범석이 마운드에 오르며 둘의 모습이 잡혔다. 이후 병살타를 유도해 추가 실점을 막았다. 경기 김범석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배님께 어떤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는데 하자는 대로 테니까 믿어주겠다는 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뜨거운 첫 발을 뗀 신인과 믿겠다는 베테랑. 진하게 새겨진 장면이다.












작가의 이전글 잠실의 수많은 '오지환'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