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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원 May 05. 2024

그가 야구를 끊은 이유

당연한 건 없다

해 KBO(한국야구위원회) 리그가 뜨거운 흥행이라는 기사를 심심찮게 본다. 일일 최다 관중을 세웠다거나 연속 매진을 달성했다는 내용이다. 역대 두 번째 빠른 속도로 200만 관중을 돌파했다고도 한다. 한화로 돌아온 류현진 선수 효과라든가 KIA 김도영 선수의 활약이 티켓으로 이어진다는 등의 구단별 분석도 달린다.


800만 관중이 온다

KBO 홈페이지에 관중 현황 통계가 있어 살펴봤다. 가장 관중이 많았던 해는 2017년, 840만 688명이었다. 그다음은 2016년(833만 9577명), 그리고 2023년(810만 326명) 순이다. 2000년도 전 20세기 중 가장 관중이 많았던 건 1995년이다. 유일하게 500만 관중을 넘었는데, 총 540만 6374명이 왔다. 1995년 9월 11일 신문기사를 찾아보니 이런 분석이 달렸다.

1995년 9월 11일 조선일보_출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가장 많이 늘어난 구단은 롯데. 막판 프로야구를 흥미롭게 만들고 있는 상승세 롯데는 1백10만 2천여 명이 구장을 찾아 지난해 61만 2천여 명보다 80%나 늘었다.' 이때 롯데는 준우승을 했다.


그가 야구를 끊은 이유

관중 통계를 보니 신기한 점이 있다. 1995년 500만 관중을 넘겼지만 서서히 하락하더니 2000년부터 2004년까지 5년 연속 200만 명대에 머무른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몇 가지 이유로 추려진다. 박찬호, 이승엽 같은 대형 스타들이 해외로 진출하며 국내 리그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분석이 있다. 야구장에 가던 젊은 층이 PC통신(이제는 단어도 낯선)으로 눈길을 돌렸다고도 한다. 국가적인 이슈로는 전 국민이 축구에 미쳐있던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있었고, 또 하나의 악재는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였다.


야구계 병역비리는 야알못인 나도 어렴풋이 들어봤을 정도였다. 선배가 후배에게 대를 이어 브로커를 소개시켜 주는 최악의 사건이었다. 여러 기사를 찾아보니 당시 사건으로 사법처리를 받은 선수만 51명이었고, 그중 24명은 구속됐다고 한다.


2005년부터 관중 수는 다시 300만을 넘어 400만, 500만, 그리고 2011년 600만 명을 돌파한다. 그 뒤론 코로나 2년(20~21년)을 제외하곤 한 번도 600만 아래로 떨어진 적 없다. 하지만 이 수치만으론 알 수 없는 그늘도 짙다. 음주운전 적발된 선수들이 많고 성범죄와 불법 도박, 폭행까지 온갖 사건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어김없이 '프로야구 위기'란 말이 붙었다.


한 회사 동료와 얼마 전 나눈 얘기가 문득 떠오른다. 주말에 야구장에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어릴 땐 열심히 봤다며, 근데 이젠 안 본다고 했다. 정확히는 야구를 끊었다고 했다. 사건 사고가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떠나게 한 어떤 일이 있었다고 했다. 뭔지는 묻지 않았지만 프로야구의 그늘진 역사를 찾아보니 믿고 좋아한 만큼 실망감에 야구에 등 돌린 팬들이 적지 않았겠거니 싶다. 지금의 흥행도, 국민 스포츠의 자리도 항상 당연한 건 아닐 것이다.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

다시 2024년 현재로 돌아와서, 많은 사람이 올해 '1000만 관중'을 돌파할 거란 예측을 내놓는다. 매진된 경기가 작년엔 46번이었는데 올해는 (5월 4일까지 치른 경기 기준) 52번이라고 한다. 터질 것 같은 열기는 티켓팅만 해봐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남편과 직관하고 나와 발견한 잠실야구장 벚꽃

결과적으로 올해 얼마나 많은 관중이 야구장을 찾을지 궁금해졌다. 이 열기에 찬물 끼얹는 사건 없이 시즌 내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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