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눈이 옵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을 걸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날이었다.
눈이 하늘에 가득하고
금방 바닥을 덮을 만큼 소복이 쌓였다.
나는 그 길에 처음 발자국을 내고 걷는 사람이었다.
넘어질까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좋았다.
혼자 자주 걷던 길이고,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이었다.
차가운 공기와
떠오르는 생각들
나는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
하고 말해주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 목소리는 눈발 속에 묻혀 사라졌다.
집에 도착하니 눈사람이 되어 있었고
엄마는 눈을 털지 전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분명 우산을 쓰고 왔는데 왜 눈사람이 된 거지?
그것마저도 그냥 좋았다.
눈 온 뒤의 걱정은 내일로 미뤄두고,
오랜만에 온 옛집에서
자꾸 낯설어지는 옛 기억을 찾는다.
기분 좋게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