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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Feb 05. 2022

눈 오는 날

펑펑 눈이 옵니다

눈이 펑펑 오는 날을 걸었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날이었다.


눈이 하늘에 가득하고

금방 바닥을 덮을 만큼 소복이 쌓였다.


나는 그 길에 처음 발자국을 내고 걷는 사람이었다.


넘어질까 조심조심 걸으면서도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좋았다.


혼자 자주 걷던 길이고,

누군가와 함께 걷던 길이었다.


차가운 공기와

떠오르는 생각들


나는 나에게

괜찮아, 괜찮아.

하고 말해주었다.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내 목소리는 눈발 속에 묻혀 사라졌다.


집에 도착하니 눈사람이 되어 있었고

엄마는 눈을 털지 전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


분명 우산을 쓰고 왔는데 왜 눈사람이 된 거지?


그것마저도 그냥 좋았다.


눈 온 뒤의 걱정은 내일로 미뤄두고,

오랜만에 온 옛집에서

자꾸 낯설어지는 옛 기억을 찾는다.


기분 좋게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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