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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야맘 Mar 07. 2022

엄마가 되고서야 알 수 있는 엄마의 마음

어린이집 준비물로 아이 이름을 새긴 고리 수건을 준비하다가  

어린이집 입소 준비물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름을 기재한 고리 수건 5장이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니 아이 이름을 자수로 새겨주는 고리 수건 판매업체가 많았다.

아이 이름뿐 아니라 귀여운 캐릭터까지 정할 수 있었다. 


어린이집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주문하니

신학기를 앞두고 주문량이 많아 3월 2일 입소일이 지나고 나서야 

아이 이름이 새겨진 고리 수건을 겨우 받을 수 있었다.


아이 이름과 아이와 비슷한 이미지의 캐릭터가 자수로 새겨진 수건을 보고 있으니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했다.

몇 년 후 아이가 크고 나서 어린이집 하원을 하고 나서도

이 수건은 함부로 버릴 수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서랍 구석에 있는 유물이 떠올랐다.


몇 해 전 친정집이 이사를 하면서 대대적인 짐 정리를 했는데

엄마가 수줍게 뭘 하나 건네기에 받아보았더니

내가 유치원 다닐 때 썼던 유아용 앞치마였다.


가장자리 색이 다 번지고 오래돼서 해질 대로 헤진 유아용 앞치마.

앞치마 주머니에 내 이름이 엄마 손 바느질로 새겨져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아이를 낳기 전이라 나는 엄마에게 이 앞치마를 받고 나서

"이걸 여태 안 버리고 가지고 있었어?"라고 했더니 

엄만 "머릿수건도 있었는데 그건 어디 가고 없네"라며 아쉬워했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오랜 시간 앞치마를 간직해온 엄마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내 이름이 새겨진 앞치마와 아이 이름이 새겨진 고리 수건. 앞치마의 세월이 느껴진다.




내 아이 이름이 새겨진 고리 수건을 보고 감격해서

이 수건은 함부로 버릴 수 없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나서야 

엄마가 손수 내 이름을 앞치마에 바느질로 새길 때 엄마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업체에서 기계로 아이 이름을 새겨준 고리 수건도 애틋한데

엄마가 손수 손바느질로 내 이름을 새긴 앞치마는 얼마나 소중했을까. 


이렇게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서야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구나.' 싶다.


오늘은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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