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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야맘 May 10. 2022

선생님 아기가 숨을 못 쉬어요

우리 애가 코로나라고요? 코로나 양성 판정 직후 열경련이 온 아기

잠결에 내 옆으로 굴러온 아기 체온이 꽤 높게 느껴졌다.

자다 깨서 체온계를 찾아 아기 귀에 재보니 38도가 넘어 있었다.

새벽 5시, 맥시부펜 해열제를 먹이고 아홉 시쯤 소아과로 향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소아과에는 사람이 많았다.

소아과에 접수하면서 다시 체온을 쟀을 때는 39도가 넘어있었다.

소아과에서 혹시 모르니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를 먼저 해보자고 했다.

우리 부부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고 주변에도 확진자가 없어 신속항원검사를 굳이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 이름이 호명돼서 들어갔다.

장00? 양성이네요

아이가 코로나 양성이라는 말에 나는 반문했다. 우리 애가요? 그럴 리 없다는 표정으로.

신속항원키트에 꽤 선명한 두줄이 있었다. 


나와 남편은 처음에 아이가 코로나라는 사실이 믿기 어려웠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니긴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나오질 않았고, 남편 직장에서도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부부에게 아무런 증상이 없어 더더욱 믿기가 어려웠다.

유난 떨며 조심하고 있었고 우리가 거주하는 지역의 확진자가 감소하는 추세라 이렇게 코로나를 비껴가나 싶었는데... 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아이가 아무런 증상없이 컨디션이 좋아서 코로나 의심도 못했다.

우선 아이 약을 처방받기 위해 아이와 남편이 소아과 밖 복도에서 대기를 하고 나는 소아과 안에서 처방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 빨리 나와봐. 애가 이상해"

"응? 왜?"

"모르겠어. 열이 많이 나서 그런가? 빨리 나와봐"


남편의 전화에 의아한 채로 복도로 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복도에서 걸어 다니던 아기가 유모차에 축 늘어진 채로 앉아있었다.

아이는 얼굴과 입술이 파랗게 질린 채로 사지가 축 늘어져 있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도 의식이 명확해 보이지 않았고 눈동자가 오른 방향 위로 올라갔다.

파랗게 질린 애기 얼굴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아기를 들쳐 안고 소아과로 들어가며 소리를 지르다시피 말했다.

선생님 저희 애기가 숨을 못 쉬어요!!!!


소아과 안에 대기 중이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이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제대로 숨을 쉴 수 있도록 빠르게 조치를 취해주셨다.


나는 순간 아이가 잘못될까 봐 겁이 나서 아이 이름을 계속 불렀다.


다행히 금방 호흡이 돌아왔고 소아과에서 산소호흡기를 아이에게 대주자 얼굴색과 입술색도 금방 돌아왔다.

의사 선생님에 따르면 열경련이라고 했다.

고열로 일시적으로 호흡이 안되었던 것 같다고. 이정도 경련은 뇌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열이 계속 나면 열경련이 재발할 수 있으니 집에 가서 잘 지켜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해열 주사를 맞혔지만 혹시 경련이 재발될 경우 119에 신고를 하고, 좌약 해열제를 넣고, 아이가 숨을 잘 쉴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라고 알려주셨다.


열경련이 일어나기 불과 몇분전까지만 해도 복도를 뽈뽈거리며 걸어다녔던 애기


집으로 돌아와 해열 주사를 맞은 지 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아이 체온이 계속해서 39도를 넘어섰다.

우리 부부는 열경련이 또 재발할까 두려움과 자책감에 사로잡혔다. 

소아과에 도착했을 때 이미 39도가 넘었는데 빨리 해열제를 더 먹일걸 아이를 힘들게 한 것 같아 자책했고, 남편은 복도에서 아이가 처져있을 때 그렇게 심각한 상황임을 깨닫지 못한 것을 속상해했다. 자기가 좀 더 빠르게 알아채서 병원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해열 주사를 맞고 온 지 한 시간 반이 됐을 무렵, 아이의 체온은 여전히 39도가 넘어 좌약 해열제를 추가했다. 그런데도 아이의 체온은 여전히 내려오질 않았다. 


결국 나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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