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할머니로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나는 딸 하나 키우기도 종종 힘이 드는데 엄마는 어떻게 삼남매를 낳아 길렀을까. 어린이집 방학만 하면 쪼르르 친정으로 가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엄마는 외할머니도 없이, 기댈 언덕 없이 어떻게 셋을 길렀을까.
뽀야를 출산할 때 한창 코로나가 심해서 병원에 남편만 출입이 가능하고 친정엄마가 못들어왔는데 그때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난다.
첫 출산할 때 친정엄마가 엄청 보고싶은데, 내가 꼭 가야하는데...
나야 퇴원하고 집에 가서 엄마를 만날 수 있으니까 나중에 보면 되는데 외할머니는 부모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 엄마는 아마 첫 출산때 엄마의 엄마가 무척이나 그리웠겠구나 싶었다.
엄마가 뽀야에게 하는 애정표현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을 때나 뽀야가 떼를 써서 힘들 때 무심코 엄마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떠올릴 때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엄마에게 받은 사랑과 헌신을 고스란히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는 것이구나 싶다.
출산 후 그 다음달이 엄마의 환갑이었는데 마땅한 가족모임이나 기념식사도 없이 엄마는 나와 뽀야를 돌봐주러 되려 나에게 와주었다. 그때 내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환갑이 되는 해에 뽀야가 태어났으니 스무살이 되는 해면 엄마가 여든일텐데 뽀야가 성인이 되면 와인바에가서 와인을 사주는 멋진 할머니가 되겠다고.
엄마의 약속을 지켜주기를. 천천히 늙으며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