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뽀야맘 Apr 20. 2023

환갑이 된 엄마의 약속

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할머니로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엄마 생각이 자주 난다.


나는 딸 하나 키우기도 종종 힘이 드는데 엄마는 어떻게 삼남매를 낳아 길렀을까. 어린이집 방학만 하면 쪼르르 친정으로 가서 엄마한테 도와달라고 하는데 엄마는 외할머니도 없이, 기댈 언덕 없이 어떻게 셋을 길렀을까.



뽀야를 출산할 때 한창 코로나가 심해서 병원에 남편만 출입이 가능하고 친정엄마가 못들어왔는데 그때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난다.

첫 출산할 때 친정엄마가 엄청 보고싶은데, 내가 꼭 가야하는데...
 

나야 퇴원하고 집에 가서 엄마를 만날 수 있으니까 나중에 보면 되는데 외할머니는 부모님이 결혼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셨으니 엄마는 아마 첫 출산때 엄마의 엄마가 무척이나 그리웠겠구나 싶었다.


엄마가 뽀야에게 하는 애정표현을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을 때나 뽀야가 떼를 써서 힘들 때 무심코 엄마라면 지금 어떻게 했을까 떠올릴 때면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이 엄마에게 받은 사랑과 헌신을 고스란히 내 아이에게 대물림하는 것이구나 싶다.


출산 후 그 다음달이 엄마의 환갑이었는데 마땅한 가족모임이나 기념식사도 없이 엄마는 나와 뽀야를 돌봐주러 되려 나에게 와주었다. 그때 내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환갑이 되는 해에 뽀야가 태어났으니 스무살이 되는 해면 엄마가 여든일텐데 뽀야가 성인이 되면 와인바에가서 와인을 사주는 멋진 할머니가 되겠다고.


엄마의 약속을 지켜주기를. 천천히 늙으며 우리 곁에 오래오래 있어주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아이의 코로나 입원기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