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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해 Nov 26. 2022

나는 회사에서 주인공처럼 일하고 있을까?


지칠 대로 지쳐버린

'대리' 인생


몇 년 전 회사에서 대리가 되었다. 대리가 되는 순간 나의 든든했던 사수는 다른 팀으로 가버렸고, 우리 팀 선배는 소속을 옮겨버렸다. 그렇게 나는 우리 팀의 가장 오래된 팀원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자연스레 후배까지 들어오고 나니, 내게 주어진 임무는 63빌딩처럼 쌓여있었다. 회사에서 대리를 왜 달아 줬나 생각해봤더니, "이 업무도 해봤지? 이거 대리 좀 해줘."라는 짤이 생각났다.


사실 대리인생에서 가장 좋은 점은 '잡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잡생각을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만큼 삶의 여유가 없고, 해야 할 것들은 쌓여있다. 그리고 내 인생에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내 이름이 많이 불린다. 사원 때는 오히려 내 이름이 좀 언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지금은 회사에서 내 이름이 안 불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김없이 불리는 내 이름. 나는 소리친다.


"네~ 가요!"





보어 아웃(bore-out)

일을 해도 즐겁지 않아.


사실 일이 많은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일에 대한 지루함이 이었다. 같은 부서에 5년 넘게 근무를 하면서 번아웃을 넘어, 지루함과 반복되는 업무에 지쳐 의욕이 상실된 무기력한 상태에 이르기까지 했다.


"뭔가 새로운 업무가 필요해!"


새로운 업무를 향한 갈망은 자주 표출을 했었다. 그럴 때마다 들었던 말은 '지금 네가 맡은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기에, 현재는 그럴 타이밍이 아니다"라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1년이, 그렇게 2년이 흘렀다. 그렇게 나는 자연스럽게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팀에서 근무를 했다.


그렇게 나는 익숙한 업무를 지속하며 지루함과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즐거운 척, 새로운 척을 하면서 나의 껍데기는 웃고 있지만, 내 몸뚱이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출근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고, 어떤 일을 해도 즐겁지 않았다.





나는 회사에서

주인공처럼 일하고 있을까?


지친 몸으로 집에 퇴근했다. 그렇게 또 육아라는 또 다른 업무가 시작되었다. 아이를 씻기고, 젖병을 씻고, 간단하게 저녁까지 차려 먹으니 다시 저녁 9시. 그렇게 나에게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티비를 켜고, 자연스럽게 유튜브를 켰다. 알고리즘은 싱포골드의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의 '모여라'라는 경연곡을 추천해주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 영상을 눌렀다.


"학교 가기 싫은 사람 모여라! 회사 가기 싫은 사람 모여라! 장사하기 싫은 사람 모여라!"

"학교 가고 싶은 사람 모여라! 회사 가고 싶은 사람 모여라! 장사하고 싶은 사람 모여라!"


나를 들으라고 하는 듯한 가사들과, 헤리티지 매스콰이어의 엄청난 합창 실력에 영상을 수십 번 돌려보았다. 뭔가 합창을 들으면서 내 힘들었던 마음들이 위로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더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박진영 심사위원의 심사평이었다.


"제일 끝에 바깥에 있는 멤버들이 살아있어요. 주인공처럼. 특히 가운데가 아니라 끝에 있으면 안 보인다 생각할 수 있는데 모두들 자기가 주인공이에요." 



나는 회사라는 조직, 그리고 그 안의 팀에서 주인공처럼 일하고 있었을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자연스럽게 내 회사 생활을 돌아보고 있었다. 내가 주인공처럼 일하기 위해서는 나를 더 아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내가 소진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나는 팀장님께 면담 신청을 했다.


"팀장님! 저도 새로운 업무가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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