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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써머 Jul 24. 2020

이직 관련 강의를 듣다

좋은 사회인이 된다는 것

요즘 이직 관련 강의를 듣고 있다. 일대일 코칭도 신청했는데, 일단 강의를 모두 듣고 과제를 수료한 상태이고, 일대일 코칭은 기다리는 중이다. 이직 관련 강의는 ‘나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왜 이직을 선택했고 어떤 걸 얻고자 하는지.


이 진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 내가 하고 싶은 직무들을 적은 뒤, 거기서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수 있는지를 파악해 우선순위를 정한다. 그 다음에는 가고 싶은 회사와 하고 싶은 직무를 분석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이력서를 쓰는 법과 면접에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법, 심지어 연봉협상 하는 법과 퇴사 통보를 하는 법도 알려준다. 유료 강의라 더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것이 강의의 큰 얼개다. 


과제까지 마치고 나니 확실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직이란 게, 그냥 내가 갈 만한 회사를 찾아보고,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본 후 회사를 옮기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시 말해서 나는 원서를 쓰면 그 뿐, 나를 뽑고 말고는 회사의 선택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분석을 끝내고 나니 이직이라는 것도 그에 알맞은 전략을 세울 수 있구나, 똑 부러지는 사람들은 이렇게 주도적으로 이직을 ‘획득’해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물론 아직은 현실에 쳐맞기 전이라 그럴 수도 있다)


요즘에는 내가 뭔가를 못할 거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절대 못 건널 것 같던 영어의 늪에서 2년 째 허우적거리는 중이라 그런지, 세상 컴맹이던 내가 영상편집 수업을 들으려고 무려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해서 그런지, ‘안 되면 외국 가지 뭐’ 하는 늦깎이 워홀러의 안일한(!) 사고방식이 아직 딱지처럼 달라붙어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이제 그냥 뭐든 배우면 될 것 같고, 던지다 보면 들어갈 것 같고, 쓰고 고치고 쓰고 고치다 보면 마음에 들 것 같다. 예전엔 생각만 해도 막막했던 벽들이, 지금은 희미하게나마 문처럼 보이는 매직 속에 산다.






요즘 이력서를 쓰며 나의 유일했던 직업을 자주 꺼내어 본다. 나는 정말 ‘운이 좋게’ 내가 꿈꾸던 회사에 들어갔다. ‘저런 회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다닐까’ 하던 직장에. 그리고 나의 힘으로 꽤 오래도 남아 있었다. 오래 버텼던 걸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글쎄,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 살짝 갸웃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어떤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건 ‘업무 처리 능력’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회사 생활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란 건 없는 것 같아.” 


내가 꼬꼬마 사회초년생이던 시절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이다. 


   “마치 그 사람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도, 결국에는 누구든 대체하니까.”


아직 대표님 성향도 파악 못하고 어리숙했던 그때의 나는 그 말에 그냥 어색하게 웃었지만, 그때보다는 많은 경험을 쌓은 지금은 그 말의 의미를 더 정확히 알 것 같다. 일을 잘하는 것만큼이나 동료들에게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가 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걸.


얼마 전, 무사히 워홀을 마쳤음을 알리고 대표님도 얼굴도 뵐 겸 전에 다녔던 직장을 찾았을 때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예전에 네가 내 생일에 케이크를 보냈었잖아~” 

“제가... 요..?” 


나는 듣고 바로 기억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랬다. 퇴사하고 보름 쯤 지나서 대표님 생신이 다가왔을 때, 동기에게 부탁해 카드와 케이크를 전한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퇴사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전화로 인사드리기도 뭣하고 생신인데 아무 말 않기도 뭣해서 대안처럼 선택한 것이었는데, 나는 기억도 못하는 일을, 대표님은 2년 반이 지난 지금 자연스럽게 꺼내고 있었다. 그때의 나,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따뜻한 파트너였던 것 같아 흐뭇했다. 이직을 준비하며 ‘좋은 사회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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