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몸이 좀 둔한 편이다. 뷰티 유튜버들이 신상 크림을 보이며 “이걸 쓰니 트러블이 완화되었다” 하고 말하는 걸 보면 “그걸 몇 번 써 보고 느낄 수 있다고?” 하고 신기해한다. 그래서 잘 몰랐다. 요즘 들어 매달 반복되는 지독한 두통이 ‘생리 증후군’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심한 두통을 느낀 건 올해 3월이었다. 타이레놀 하나로는 어림도 없어서 병원을 찾았다. ‘수마트란’이라는 약과 함께 위장약을 처방받았다. 의사는 “진짜 편두통이라면 이 약을 먹고 나을 거다. 효과가 없다면 병원을 다시 방문해라. 강하보다는 안전한 약이라서 효력이 듣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약을 먹자 몽롱하니 기분이 이상했고, 그 시기를 넘기자 두통이 씻은 듯이 나았다. 신기했다.
나는 병원이나 약을 자주 찾는 편이 아니다. 감기에 걸리면 일단 참고, 정 아프면 종합감기약을 기준치보다 적게 복용한다. 웬만한 두통이나 안압 가지고는 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처음 경험한 심한 두통은 내 모든 일정과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게 했다.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자는 시간이 많았지만 그렇게 자고도 눈을 뜨면 세상이 핑핑 돌았다. 두통뿐만 아니라 속도 메스껍고 구토를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약을 먹었고, 다음달에도, 그 다음달에도 약을 먹었다. 점점 약이 듣지 않아서 한의원을 찾았다. 침을 맞을 때 좀 괜찮았던 건, 생각해 보면 생리가 끝난 후라서 였던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이거... 생리증후군 아니야...?
‘이 무딘 몸뚱이야, 어쩜 이러니?ㅠㅠ’ 스스로를 책망하며 폭풍 검색을 했다. 이번 달에도 호르몬 변화에 무력하게 끌려 다닐 순 없다. 검색을 하다 보니 나와 같은 문제로 앓는 여성들이 많아서 내가 모든 정보들을 푼다. 내가 경험한 변화는 아니지만 최대한 많은 예시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았다.
생리 증후군 - 두통의 원인
보통 원인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여성호르몬의 일종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분비량이 줄어 피로감과 두통을 느끼는 것이고, 두번째는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근육이 수축해 두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말 그대로 피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혈액 순환을 잘 되게 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
1. 몸을 따뜻하게 한다. 수건을 데워서 배나 허리를 감싼다. 반신욕으로 혈류 순환을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리 중 반신욕이 부담된다면 족욕도 좋다.
2. 몸을 따뜻하게 하는 차를 마신다. 홍차, 생강차, 레몬차, 유자차, 쑥차, 당귀차가 좋다. 풍을 막아주고 혈을 보해주며 혈액 순환을 촉진하는 천궁차도 좋다고 한다. 특히 혈전을 막아주고 진정작용을 하니 따뜻하게 끓여서 하루에 세 번 나눠 마시자. 우유, 녹차, 청량음료, 맥주, 위스키, 커피는 찬 성질이 있으니 피하는 게 좋다.
3. 생리통 완화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미역, 석류, 바나나, 견과류 등이 좋다. 미역은 철분, 엽산, 무기질이 풍부해서 자궁에 뭉친 어혈을 풀어주고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 자궁을 수축시켜서 산모에게 좋은 음식으로도 워낙 유명하다. 석류의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호르몬의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주고 생리 전후 피부 트러블을 가라앉히는 데도 효과적이다. 바나나는 에너지를 높이고 통증을 줄여준다. 특히 생리 전 몸이 붓는 느낌과 두통이 심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견과류에 함유된 오메가3는 항염증과 진통 효과가 있다. 신경과민, 불안감, 경련 등의 증상을 완화해주는 마그네슘도 풍부하다.
4. 영양제를 복용한다. 영양소는 음식으로 섭취할 때 가장 좋다고 들었지만 그게 힘든 경우는 영양제라도 먹는 게 낫지 않을까. 폭풍 검색을 해 보니 마그네슘이 효과적이라는 말이 가장 많았다. 이와 함께 오메가3, 오메가6, 비타민D, 철분제 등도 좋다고 한다. 이 모든 걸 한꺼번에 복용하기보다 하나씩 복용하고 그 양을 늘려가며 자신에게 맞는 보조제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5.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자궁근종, 난관염, 골반염 같은 질병이 원일일 수도 있다. 생리가 끝난 후에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부인과 질료를 받아보자.
나는 사실 게을러서 영양제를 잘 챙겨 먹지 않는다. 무슨 음식이 어디에 좋다는 말을 들어도 “그렇구나” 할 뿐이다. 하지만 생리라는 건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에 넘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니 무슨 수라도 써야 할 듯하다. 내 생활을 내가 이끌어 가듯 내 몸도 내 하기에 따라 작동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내가 하는 말이 나를 대변하듯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을 만든다. ‘어떤 몸으로 살 것인가’는 곧 ‘어떤 컨디션으로 생활할 것인가’ 이며, 멀리 보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와도 맞닿은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