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바쁘게 살았잖아요.
연차를 붙여 금요일, 월요일 휴가를 쓰고 화요일 새벽 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출근을 하다보면 여행을 좋아하는 나도 이건 여행이 아니구나 싶다.
대학생때는 한 달, 두 달 배낭여행하는게 당연했는데 거지같이 입고 거지같이 먹던 그때보다 지금의 여행이 왜 더 힘든건지. 이건 나이가 들어 체력의 문제인건지 아니면 일정이 짧아 더 바쁘게 움직이는 문제인건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나 막상 3박 5일 항공권을 끊고나면 하나라도 더 보려고 아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계획을 짜고 있는 나는 말과 행동이 참 다르다. 말로는 "이번 여행은 정말 쉬고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올거야!" 라고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또 일정이 빡빡하다.
로타는 생소하다. 괌과 사이판 사이에 위치한 북마리아나 제도 중 하나 작은 섬이다. 괌이나 사이판에서 원주민들한테 나 로타에 갈거야! 라고 하니 반응은 하나같이 다 똑같았다. "아무것도 없는 섬에 간다고? 거길 왜 가?"
하지만 로타는 한 번 가면 계속 생각나는 '무릉도원' 같은 곳이다.
저 물 색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이 바로 로타다.
진짜 휴가를 원한다면 로타만큼 완벽한 곳을 없지 않을까 자부할 정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아는게 싫은 나만의 파라다이스가 되고 싶은 곳이다. 하루종일 바다만 바라봐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무것도 안해도 불안하지 않은 곳. 한국에서는 이상하게 여유가 생기면 불안함이 앞서는 일 중독이었던 나도 로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정말로 괜찮았던 곳. 진짜 태초의 자연으로 돌아간 기분이 느껴지는 곳이다.
이곳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것이 거의 없다. 수영장도 심지어 천영 수영장이다. 천연 파도풀장에서 하루종일 놀아도 되고 가슴께의 높이의 물에 안전한 곳 그리고 물놀이하다 자유롭게 바베큐하고, 챙겨온 해먹에서 쉬다가 또 수영하고 모든게 자유로운 곳! 하지만 쓰레기나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 모든건 깨끗하게 치워주는 건 당연하겠지?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 여러 휴양지들을 보면 사람이 많거나, 멀거나, 비싸거나!!! 로타는 그에 비해 괌 또는 사이판까지 4시간 30분, 다시 로타까지 경비행기 또는 유나이티드 항공으로 30분 총 5시간이면 도착하는 비교적(?) 가까운 천국이라 보면 되겠다.
물가도 있을수가 없는게 있는게 없다... ^^; 있는건 자연뿐. 숙박도 사실 많지 않아서 로타리조트 외 선택권이 몇 개 없다. 교통은 생각할 수도 없어서 렌트를 하거나 리조트에서 포인트에 드랍을 요청하는 방법뿐.
이렇게 불편하기 때문에 오히려 로타는 천국인 것 같다. 약간의 불편함이 자연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지 않을까?
시골에서 경운기 뒷자리에 앉아 바람을 맞던게 옛날에는 당연했는데 이제 한국에서는 그런 풍경도 그런 추억을 안고 사는 사람도 없다. 경운기 뒷자리의 추억을 간직한 나는 트럭 뒷자리를 선택했다.
바다를 자연을 보고 있자니 살짝 눈물이 고이는 것만 같다. 눈물 날정도로 정말 햄볶하다!!
이런 동심과 여유를 갖던게 대체 언제였던가 생각도 안나는걸보니 참 바쁘게 살아왔던 것 같다.
내가 로타에 반한건 로타의 빛나는 태양과 바다 뿐 아니라 바로 '밤' 때문이다. 로타는 낮이밤이였다. 매력이 화수분같은 너란 정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는 곳!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가득했다. 낮에 흘릴 뻔 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릴 뻔 했지만 정신줄을 잡고 급하게 카메라를 챙겼다. "세상에 말도 안돼!"
쏟아지는 별을 보기 위해 인도 사막에서 모래바람을 맞고 추위에 떨면서 잠을 청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지나갔다. 인도의 사막에서도 보지 못한 쏟아지는 별에 정신이 혼미했다. 거의 밤 샐 각오로 하늘만 목빠지게 쳐다봤다.
로타에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다. 진짜 휴식이 필요하다면 로타로 떠나보는건 어떨까? 비타민 주사보다 더 효과적이고 마사지보다 더 효율적인 여행지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BY. 뚜벅뚜벅 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