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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Aug 26. 2019

비긴 어게인 속 영화 홍보. 왜 시청자는 분노할까?

정해인, 김고은의 수준급 노래실력 보다 높은 수준의 시청자들


JTBC 인기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의 시청자 게시판이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는 정해인, 김고은 주연의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의 홍보의 장으로 프로그램이 통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방송분 서울 버스킹에서 정해인, 김고은 두 배우들은 배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노래실력으로 시청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한편 그에 비례하게 시청률 역시 높은 시청률로 보답했다. 그럼 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럼 된 게 아니었다. 뭐가 문제일까?


이번 특별한 손님 특집은  영화 제작사와 방송국 관계자의 이해타산이 맞아떨어져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음악영화를 인기 있는 음악프로그램에서 홍보해보자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사실 TV 예능, 교양 프로그램에서 배우들이 영화 홍보를 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하지만 않다면 오늘날의 시청자들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시대다. 심지어 장수하고 인기 음악프로그램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에도 간간히 영화 홍보를 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은 우리 프로그램(비긴 어게인)도 영화 홍보에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핫한 남녀 배우가 출연한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시청률은 잘 나왔다. 그런데 시청자 게시판은 뜨겁다. 시청자를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해야 하는 제작진이 시청자를 배신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무엇을 배신했는지 몇 가지 살펴보자.



1. 이번 특별한 손님 편이 방영되기 전 방영된 마지막 방송에서는 이탈리아 베로나에서 박정현이 시아의 샹들리에를 부르는 모습이 예고편으로 나갔었다. 실제로 그것이 예고로 나갔으니 이번 특별한 손님 편에서 방송 말이에나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시청자들은 기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박정현은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냥 낚였다. 이런 편집, 이런 예고는 시청자를 우롱하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2. 아무리 핫한 배우, 좋은 영화라고 한들 적당히가 필요한데 그러지 못했다. 비긴 어게인은 JTBC에서 몇 안되게 시즌제로 제작되고 있는 프로그램이고 현재 시즌3다. 한 프로그램이 시즌3까지 올 수 있는 원동력은 그만큼 매니아층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비긴 어게인이라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시청 마니아 층이라고 한다면 ‘좋음 음악’ ‘질 높은 음악’ ‘일반 음악 방송에서 잘 들을 수 없는 음악’ 그런 음악들을 갈구하는 욕구가 있는데 제작진은 그 기대를 저버렸다. 방송시간 내내 잘생긴 배우와 이쁜 배우의 풋풋하고 선남선녀스러운 장기자랑 같은 노래로 방송시간 모두를 할애했다. 화가 난 시청자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잘 부르는 건 알겠는데 어쩌라고? 그래서 박정현은 언제 나오는데?”


3. 방송 이후 사과도 한마디 없다. 요즘 시대는 소통의 시대 아닌가. 유튜브로도 소통을 하고 1인 방송으로도 소통을 하고 대통령도 소통을 못하면 욕먹는 시대이며 기업들은 너나 할 거 없이 소통하고자 한다. 방송은 또 어떤가? 점점 시청자의 참여와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8월 23일(금)에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음에도 제작진은 그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앞으로 더 성숙되게 운영해서 좋은 음악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한마디 하면 될 것을 일언반구도 없다. 참으로 당당한 제작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방송은 분명 본다. 비긴 어게인은 분명 좋은 방송이다. 기존의 뮤지션을 재발견시켜줄 뿐만 아니라 평소에 들을 수 없었던 음악들을 듣게 해 주고, 기존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해 주기도 한다. 시즌3까지 왔으니 시즌4, 시즌5까지 못 갈리 없다. 다음 시즌에는 또 어떤 가수가 참여할까 기대도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낚시하고, 우롱하고, 미안하다 한마디 하지 않으면서 망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작진은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부디 프로그램 제목처럼 다시 'Begin Again' 하길 바란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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