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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말룡 Nov 06. 2016

정치 견해가 눈치 보여

개인의 공간인 듯하면서 개인의 공간이 아닌 SNS

여행기 이후에 글쓰기 소재 아이템이 떨어져 이제는 무엇을 써야 될지 고민했다.

그 고민이 한 달 정도 되다 보니 브런치 방문자수는 하루에 10명도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뭐라도 써야 돼 뭐라도 써야 돼"

그래서 내린 결론, 여행에 이은 소재는 '나'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나'라 함은 혼자 사는 독신의 그저 그런 소비력을 갖춘 개인적이면서 자유분방하고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 살고 있지만 현재의 나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에게 선물 하나쯤은 할 수 있는 인간.이라 정의하여 그 인간의 일상 속 생각들을 가볍게 풀어나가고 싶었다.


그 첫 이야기는 정치와 소셜미디어


언제부터였을까. 온라인에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피력할 수 있었던 시점은 언제부터였을까?

인터넷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의 30대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현재 초창기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늙어가고 있는 처지라 과거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언제지? 두루두루 쓴다던 두루넷 광고한다던 그때?

너도나도 홈페이지 만들어라고 하이홈 쩜넷 하던 그때?

이메일은 다음 메일이라고 외치면서 온라인 우표제 시행하던 그때?

사실은 이 이후다.


잘 생각해 보니 개인의 생각을 온라인 속 개인적인 공간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블로그의 활성화부터 였다고 생각된다. 그전에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글을 적어왔다면 이제는 온라인 개인 공간을 만드는 데에 어려움이 없으니 너도나도 종이 일기장보다는 온라인 일기장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랬다. 미니홈피에 사진을 올리는 거보다 나 나름의 개소리를 왈왈 지껄이면서 허세감과 무력감에 빠지며 달린 댓글에 친절히 답글 달아주는 그런 재미란 게 있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점점 이것이 일기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다방면에 대한 이슈를 어김없이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런 습관은 페이스북 시대를 살아오는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정치적 견해를 피력할 때만큼은 조금 눈치가 보인다. 학창 시절 우리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해주시지 않았지만 어른들로부터 이런 말을 종종 들었다. "정치 이야기는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하지 말고, 술자리에서는 특히나 하지 않는 게 좋다" (술을 조금 일찍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독재정권을 겪어온 어른 세대들은 당연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말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사회, 말하는 것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사회. 그런 사회를 지내오신 거겠지.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가령 페이스북이나 그런 개인적인 공간에서 정치적인 생각을 누군가가 올린다면 그 글은 그냥 무시당하는 글이 되거나 혹은 "나는 SNS에 정치 이야기 올리는 애들이 제일 이해가 안 돼"라고 폄하되기로 할 것이다. 정치적 견해가 일치하는 누군가는 옹호를 할 테지만 견해가 다른 누군가는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의 이미지까지 지우게 만들 것이다. 그만큼 정치 이야기가 민감하다는 것이다. 나는 정치에 대한 견해가 자신의 개인 SNS에 올라오는 것이 꽤나 건강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정치적 이야기는 때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호감과 비호감을 결정하는 꽤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는데 나를 좀 더 호감적인 인간으로 포장하기 위한 SNS에다가 비호감일 수도 있는 글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겠지.


그러다 보니 이제는 별로 온라인에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 사실 귀찮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꼴 보기 싫은 것, 피해야 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SNS에 올리는 것. 설령 누군가에게 점수 깎이는 그럴 짓이라고 한들 "정치"라는 소재에 있어서 만큼은 서로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그런 사회, 그리고 정치적 참여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닌 것임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라고 희망하며 이런 희망도 간절히 생각하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줄 거다. 나는 혼이 비정상은 아니라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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