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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태 Jan 05. 2020

가게 앞 주차

'사랑방'이라...!

책방을 열러 가는 길에 생긴 마음의 병이 있다. 걸어서건, 차를 타고 가건 책방이 가까워지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불안함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책방 앞에 차가 없기를...’


책방을 하기 전, 가게들 앞에 차를 잠깐 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닦달같이 차를 치우라는 가게 사장들을 볼 때면 인심한번 더럽네,라고 생각했다.


내가 가게를 하니 그게 아니다. 손님이 있건 없건 그냥 내 가게 앞을 떡하니 막아서고 있는 차들을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참 배려심 없는 인간들이네,라고 생각하며.


책방 주변은 항상 차들로 혼잡하다. 곳곳의 틈마다 주차돼 있는 주민들의 차들과 주변 가게에 물건을 싣고 내리기 위해 오가는 차들로 정신이 없다. 길 양쪽으로 차가 세워져 있을 경우 대형 승용차 한 대가 아슬아슬하게 지나갈 정도의 공간밖에 안 나온다.  


예전부터 책방 자리는 사실상 ‘공용 주차장’처럼 사용돼 왔던 거 같다. 책방 자리에서 장사를 했던 샌드위치 가게 사장님은 자신이 썼던 공간에 책방이 들어온다는 얘기를 듣고 주차 문제를 걱정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적이 있다.


“거기 사람들 가게를 전혀 배려해 주지 않는데. 그냥 차를 막 대. 통유리로 돼 있는 가게가 항상 차들로 가려져 있어. 주차 문제로 동네 사람들과 얼굴을 붉힌 적인 한 두 번이 아니야.”



한 번은 참다못해 터트린 적이 있다.  책방 안에 있는데 트럭 한 대가 책방 통유리를 슬금슬금 침범한다.  책방 유리에 보이기 시작하더니 운전기사가 밖으로 나와 '주차금지 표지판'을 치운다. 그러고는 트럭 시동이 꺼졌다. 책방으로 출근을 하면  '주차금지 표지판'이 원래 세워둔 자리에 있지 않을 경우가 많다. 누군가 책방 앞에 차를 댔다는 흔적이다. 이날도 그랬고 표지판에 예민해져 있던 터였다. 바로 책방 밖으로 나갔다.


“이거 왜 손을 대시나요?”

“네?”

“아니 주차금지 표지판을 왜 옮기고 차를 대시냐고요.”

“아, 옆 가게에 물건만 내리고 곧 갑니다.”

“아니요, 다음부터 이 표지판에 손대지 마세요.”

“허, 거 참.”


운전기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트럭에 올라타 바로 시동을 걸었다. 책방으로 들어와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내가 너무했나’라는 죄책감마저 들었다.        


어느 날은 전화를 30통 넘게 한 적도 있다. 책방 앞에 세워진 차에 적혀 있는 폰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질 않는다. 오기 비슷한게 생겨 계속 전화를 했다. 30통 넘게 한 후에 숨을 고르며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 때 전화가 걸려왔다.


"책방 앞에 차 대셨죠."

"아 네, 죄송합니다."

“여기 가게 안 보이세요. 이렇게 차를 대면 어떡합니까 장사하는 곳인데.”

“죄송합니다. 근처에 사는 사람인데...”

“당장 빼주세요.”     


책방을 열고 주차 문제로 여러 번 충돌을 하다 보니 이제 웬만해서는 책방 앞을 막는 차가 없다. 간혹 생소한 차들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 '공용 주차장(?)'으로 쓰였던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주변 사람들과 어색해지는 중이다. 주차문제로 날 선 말을 주고받았던 익숙한 얼굴을 마주칠 때면 서로 눈을 피한다.


동네 책방이라고 하면 으레 그 동네의 사랑방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책방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락거리며 책 구경을 하고 책에 대해 주인장과 이야기하는 그런 따뜻한 공간 말이다. 개뿔. 일단불온 이웃들이 책방 주인이 지랄 맞다는 소리를 안 하면 다행이다.

     

요즘 덤프트럭 등 큰 차들이 눈에 많이 띈다.  책방 주변에 공사현장이 늘어나면서다. 좁은 골목길들이 어지럽게 얽혀있는 곳곳에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는 중이다. 공용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책방에서 걸어서 5분이면 영등포구청과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이 나온다.  차로 10분 정도면 국회다. 책방 앞을 점령하던 차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음이 편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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