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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우 Jul 05. 2021

매일 쓰는 이 일을 그만둘까봐요

글로 다가가는 큰 기쁨,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일 글을 쓰며 살았어요. 그것도 두 편씩이나요. 한 편은 유료 독자에게 보내는 글이라서, 소중한 수입원이죠. 그리고 한 편은 모두에게 다가가는, 소통의 기쁨이었고요.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성공한 삶은, 죽기 직전까지 노동하는 삶이에요. 늙고, 기력이 쇠해도 손가락 힘만 있다면 쓰고 싶어요. 오늘은 이런저런 글을 쓰다가, 중간에 다 엎어요. 진짜로 쓰고 싶은 글이 나오겠지. 나올 듯 나올 듯 안 나오더라고요. 변비처럼요. 그래, 언젠가는 글쓰기를 그만두는 날이 오겠지. 강조하지만, 저를 위해 쓰는 글이었어요.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환호를 받는 일도 아니고요. 매일 먹고, 싸는 한심한 삶에, 무언가를 한다는 작은 안도감을 갖고 싶었어요. 아침에 써두면, 저녁에 편히 잠들 수 있을 텐데도 참 그게 안 돼요. 낮 시간 동안 빈둥대다가, 저녁밥 먹고 나서야 발동이 걸려요. 누가 쫓아오나 싶게, 도망가듯 써요. 추격전이 따로 없어요. 


할아버지 때까지 쓰다가, 홀가분한 마음으로 죽고 싶기는 한데,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요. 심하게 몸이 안 좋다거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리겠죠. 그렇게 할 일이 없어지면 홀가분할까요? 허전할까요? 홀가분함을 느끼기야 하겠지만, 오래가지는 못할 거예요. 무언가를 하나 더 하고, 덜 한다고 해서 나머지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도 아니고요.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 하루 글 두 편을 쓰든, 세 편을 쓰든 운동도 하고, 외국어 공부도 해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자제력의 문제고, 성실함의 문제인 거죠. 시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은, 시간이 아무리 넘쳐도 시간이 없더라고요. 시간은 없지만 게임도 해야 하고, 유튜브도 봐야 하고, 냉장고도 한번 열어 봐야 하고, 웹툰도 봐야 해요. 딴짓하는 시간은 절대로 양보하지 않으면서 시간이 없다고만 해요. 누구 이야기겠어요? 네, 제 이야기 맞아요. 


글을 쓰지 않는다고, 절대로 홀가분해지지 않을 거예요. 시간이 더 많아지지도 않을 거고요. 게으름을 합리화하기 위해, 핑계를 댈 뿐이죠. 집중해야 할 시간에, 집중만 한다면 시간은 남아돌아요. 그 간단한 공식은, 왜 이리 어렵기만 할까요? 부잡스러운 욕망은 어찌나 제멋대로인지 몰라요. 하자는 대로 다 들어주면 끝도 없어요. 유튜브랑 넷플릭스만 줄여도, 제 인생은 유기농 청정 구역이 될 텐데 말이죠. 쓰다 보니까 느끼는 건데요. 과거에 안주하는 삶은 아닐까요? 글로 먹고살았다고, 글로만 먹고살려고 하는 건 아닐까요? 유튜브로 시선을 돌리는 게 맞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드네요. 글도 쓰고, 유튜브도 하면 더 좋죠.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아이고, 말을 꺼내고 나니까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되네요. 글을 쓰는 에너지를, 유튜브 쪽으로 선회해야 할까 봐요. 요즘 사람들이 참 글을 안 읽어요. 문자를 부담스러워하죠. 시대에 뒤쳐져서는 과거의 방식만 고수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떠나지를 않네요. 브런치와 네이버에 쓰는 글은 일단 중단을 해야겠어요. 변화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어서요. 신기하네요. 전혀 이런 결말을 예상하고 쓴 게 아닌데 말이죠. 저의 글이 간절하신 분들은, 유료 구독을 이미 하고 계실 테니까 아무래도 그렇게 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조금은 쉽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식을 놔두고, 글자에만 연연했던 것 같아요. 떠나는 게 아니라, 더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는 걸로 이해해 주세요. 이제 저는 유튜브 세상에 좀 더 열심히 빠져보겠습니다. 가끔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동안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 감사했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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