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통해서만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할머니
할머니 말씀으로는 말재주가 뛰어나서 '할머니 집'에서 인기짱이시란다.
"내 앞에 할아버지들이 줄을 쭉 서있어. 고르면 돼!"라고 말씀을 자주 하신다. 그 말의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할머니는 그동안 몸이 아파도 씩씩하게 잘 지내셨다.
우리 엄마는 소풍삼아 자주 할머니께 다녀오신다. 엄마를 따라가서 가끔 할머니를 찾아뵙고 손 잡아 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코로나가 물러나기 전에는 할머니 손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가 돌기 시작하고 가족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금지된 지 벌써 거의 1년이 되었다. 이제 할머니께 면회를 가게 돼도 귀여운 우리 할머니 주름살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다. 위층 창문을 통해 밖을 내다보는 할머니를 위해 손 흔들어 드리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창문을 통한 면회를 할 때, 우리 할머니보다 걸음이 빠르신 같은 방 할머니 두 분이 먼저 우리를 반기신다. 주차장 저 멀리서 보아도 가족들을 기다리며 우리 할머니를 부러워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다. 할머니가 우리와 너무 멀리 있어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면회 가면 핸드폰 통화로 대화를 하는데,
"할머니!" 하고 부르면 가끔,
"잉~ 혜원이도 왔냐?" 하고 외사촌 이름을 부르시기도 한다.
'진짜 이러다 할머니가 내 얼굴 잊어버리시면 어쩌지?' 간호사들은 아쉬워하는 우리 모습을 보고는 병원에 계신 노인분들이 요즘 외부인을 만날 수 없으니 감기도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시다고 달래며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