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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달토끼 Nov 13. 2020

우리 부부는 오늘도 치킨을 튀깁니다.

자주적인 치킨의 민족

<치킨 튀기는 날>

요즘 우리 부부가 재밌게 보는 TV광고가 있다. 광고 속 부부가 여러 일로 내내 싸우는데 매번 푹 빠져보게 된다.

 "결혼한 지 4년, 맞는 게 하나도 없어요."

 여자 주인공이 처음으로 하는 대사이다. 외출 준비를 재촉하는 남편 때문에 싸우고, 냉장고 정리가 안되어 화가 난 남편 때문에 싸운다. 이어서 집에서 쉬고 싶은 남편과 외출하고 싶은 아내의 다른 마음 때문에 싸우고, 여행 갔다가 싸우고 돌아오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이 장면들은 보통 부부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라 공감이 간다. 짧은 시간 동안 있을 수 있는 여러 상황에서의 부부싸움을 그렇게 현실적으로 표현하다니, 광고 제작자들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남자가 그래도 '맛있는 것이 있으면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이 아내'라며 맥주를 사 온다. 그런데 남자는 '맥주에는 골뱅이', 아내는 '맥주에는 치킨'을 찾으며 티격태격하다가  

 "아, 진짜 안 맞아!"라는 대사로 광고가 끝난다. 우리 남편은 그 광고가 나올 때마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는데, 광고가 끝나면 항상 내게 물어본다.

마치 우리 집 구호처럼 남편이

 "맥주에는? 하나, 둘, 셋?" 하면 둘 다

 "치킨!"하고 외치며 손뼉을 마주치는 게 암묵적 약속인 듯 되었다.

 그런 후에는 남편이

 "와 그래도 우리는 맞네. 맥주에는 치킨이지, 그렇지?" 하며 엄청 흐뭇해한다. 음~ 남편은 우리가 안 맞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잘라시에비치라는 학자는 인류세를 상징하는 대표 화석이 닭뼈가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실제로 사람들의 닭고기 사랑은 대단하다. 한 해 도살되는 닭이 500억~600억 마리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편은 치킨을 사랑하는 정도가 남들보다 큰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치킨만 먹고 살았는지 데이트가 없는 주말에 전화하면 매일 치킨 시켰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은 점차 횟수를 줄여서 그렇지는 않지만, 결혼 초에는 오빠의 요청 하에 일주일에 세 마리는 해치웠던 것 같다. 남편은 치킨을 한 번 시키면 다음날 아침에도 점심에도 이어서 먹는 정도이다. 나는 농담으로 가끔 남편 등을 더듬거리며 물어본다.

 "날개 아직 안 나왔어?"


 우리 부부의 성향이 다른 면 중의 하나가 남편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나는 변화를 별로 즐기지 않는 편이라는 것이다. 치킨을 고를 때도 남편은 새로운 맛과 향, 종류를 찾고 나는 원래 주문하던 치킨 브랜드의 후라이드만 먹어왔다. 남편과 살면서 밥을 같이 먹다 보니 이 동네 주변 치킨집의 치킨은 거의 다 맛본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가 다시 심해져서 배달음식 먹기가 어려워졌다. 치킨을 시키면 한 시간 이상 걸리는 게 기본이고, 상황이 그렇다 보니 식어서 배달되는 곳도 많고 맛도 덜해졌다. 점점 치킨 값은 급등하며 하늘을 치솟는데, 오래 기다려 맛없게 먹게 되니 남편과 내가 둘 다 그 치킨에 화가 많이 난 적이 많다.


 "치킨을 우리가 튀겨볼까?"


 사실 튀김은 책상다리를 튀겨도 맛있다고 하니 튀김을 싫어할 사람이 어딨을까? 그러나 튀김류를 요리하는 것 까지는 두려움이 있다. 몇 년 전 엄마께서 스테이크를 해서 맛있게 먹어보라고 질 좋은 소고기를 주셨다. 우리 부부는 맛있게 해 보겠다고 허브솔트를 잔뜩 뿌리고 후추도 뿌리고 와인에까지 재워 놓고 완벽한 스테이크를 먹을 기대에 차있었다. 분위기도 내보겠다고 캔들도 집에서 제일 이쁜 것을 갖다가 켜놓고 와인도 사온 후였다. 그런데 '고기 굽는 장인' 남편이 멋진 셰프의 자세로 기름을 부었다. 고기를 넣자마자 기름이 갑자기 여기저기로 튀더니 불이 기름에 훨훨 붙기 시작했다. 기름을 너무 많이 부었던 것 같다. 순간 후드까지 불이 붙었다. 나는 얼음처럼 몸이 굳어 한마디 신음소리도 못 내었다. 10초쯤 지났을까 그제야 나와 같이 겁이 많은 남편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입으로 '호!' 불어봤는데 기름이 다 타고 탈 게 없었는지 다행히 불이 꺼졌었다. 스테이크는 새까맣고 딱딱한 숯처럼 변해버렸다. 그때 생각을 하면 남편 머리에라도 불이 안 붙은 게 얼마나 감사한지! 남편이 불을 끄겠다고 손이라도 썼으면 화상도 입을 뻔했다. 스테이크 해 먹으려다 집을 다 태워먹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어쨌든 그 후로 튀김은 에어프라이어에만 주로 해왔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남편이 치킨을 맛있게 먹어보겠다는 욕망이 불 솟아서 치킨을 튀겨보자며 으쌰 으쌰 본인이 나서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생각했던 그 맛이 안 나와서 속상해했는데, 요즘엔 누가 먹어도 맛있을 치킨을 매주 주말마다 튀기게 되었다. 그 방법을 여러 사람이 알았으면 해서 우리가 경험으로 알아낸 치킨 튀기는 노하우를 적어봤다.



우리 부부의 치킨 일지


1주 차 1호 치킨 _ 튀김옷과 고기가 분리되다. 실패!

준비물을 사놓고 혹시나 실수해서 맛없는 치킨을 먹게 될까 봐 레시피를 다섯 번은 다시 읽어봤다. 그런데 고기와 튀김옷이 분리가 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남편이 이 번에도 불이 날까봐 고기를 낮은 온도에 튀겼더니 이런 사태가 일어난 듯하다. 튀김옷만 벗겨져 둥둥 떠있었고 살은 살대로 벗겨져서 돌아다녔다. "이건 치킨이 아니여. 다시 튀겨보자!" 분리된 튀김옷은 버리고 다시 튀김옷을 만들어 입혔다. 용기를 내서 높은 온도에 튀겨내어 모양은 치킨이 되었지만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 기름을 잔뜩 먹은 느끼함이 한가득 느껴지고 더군다나 뼈 주변은 뻘건 피를 볼 수 있었다. 속은 안 익은 것이었다. '치킨 만드는데 한 나절이군!'


☞교훈: 기름 온도를 높이고 고기를 넣자! 닭은 순살로 준비하자!


2주 차 2호 치킨 _ 튀김옷이 물렁물렁했다. 실패!

 기름 온도를 높인 후 고기를 넣었는데, 튀김옷이 물렁물렁하고 밀가루 맛이 났다. 이번에는 반죽이 너무 묽었던 것 같다. 순살 닭다리살로 튀겼더니 고기는 다 익기는 했다. '치킨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여!'


☞교훈: 반죽의 묽기를 묽게 하면 안 된다!


3주 차 3호 치킨 _ 고기반 튀김옷 반! 너무 두꺼워졌다. 실패!

 반죽을 되게 하고 높은 온도에 넣었더니 잘 튀겨졌고 맛도 더 나아졌다. 하지만 튀김옷이 되어서 너무 두꺼워지고 바삭거리지 않았다. 결국 튀김옷을 벗기고 먹었더니 먹을만했다. '되긴 되는겨?'


☞교훈: 반죽이 너무 되어도 안된다!


4주 차 4호 치킨 _ 우리 동네 맛집, 드디어 성공했다. 성공!

 반죽을 2호 치킨 때와 3호 치킨 때의 중간 묽기로 하고, 치킨 튀김가루가 너무 두꺼운 튀김옷을 만드는 것 같아 두 번째 튀김옷 입힐 때 튀김가루 50%+치킨튀김가루 50% 섞어 사용했다. 내가 먹어본 이 동네 치킨집 중에 우리 집 치킨이 제일 맛있었다. 드디어 성공적인 성과가 나왔다. '잘 될 줄 알았어! 치킨 별거 아니군!'


☞교훈: 두 번째 튀김옷은 튀김가루 50%+치킨튀김가루 50% 섞어서!


번외 편 _ 양념치킨도 하면 된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잘 튀겨진 후라이드에 새로운 양념소스를 추가해봤다. 우리 부부표 반반 치킨 드디어 성공적!


양념은 경험상 케첩1T, 고추장0.5T, 고춧가루1T, 요리당2.5T, 다진마늘1T, 설탕1T, 물1T 넣고 한번 휘휘 저으며 끓여주는 방법이 제일 맛있다!


<우리집표 반반치킨>


 코로나 때문에 배달음식도 맛있게 먹기 힘들어졌으니 치킨을 맛있게 먹고 싶은 분은 참고해 보시길 바란다. 기름값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치킨값의 반의반도 안 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그동안 남편의 특기 요리는 라면과 고기 굽기가 주 목록이었다. 고기 굽는 실력은 진짜 우리 가족 중 따라갈 자가 없다. "고기는 우리 남편이 궈야 맛있어!"라는 칭찬이 더해지면 그 날의 고기는 더 맛있어진다. 이제 남편의 주특기는 치킨 튀기기! 내가 하는 일은 반죽 묻히기, 양념 소스 만들기 정도이고 제일 중요한 고기 튀기는 과정은 남편이 한다.

 남편은 사진을 잘 안 찍는 사람인데, 이 번에도 가족 채팅방에,

 "장모님, 오늘도 저희는 치킨을 튀겼습니다." 하고 신이 나서 사진과 함께 올렸고,

 "이 집이 맛집이네!"라는 엄마의 말과

 "진짜 잘 튀겨요! 바삭바삭해요"라는 나의 칭찬이 더해지니 뿌듯해하며 부업으로 할 것 생겼다며 신나서 콧노래를 하며 치킨을 먹고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나. 이 기세를 몰아 남편에게 요리를 맡겨보는 건 어떨까? 아예 주방을 맡겨볼까?

 "밥은 우리 남편이 해야 맛있지!"

 "설거지는 우리 남편이 깨끗하게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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