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간 일찍 자고 새벽에 일어나는 루틴을 지키고 있다. 큰일이 없다면 주로 9시쯤 누워 사부작거리다가 10시쯤 잠들어 새벽 5시경 일어나는 것이다. 깜깜한 새벽시간에 나 홀로 깨어있는 느낌은 매일을 반복해도 기분 좋은 생경함이 느껴진다. 아침에 일어나면 따뜻한 차 한잔을 내리고, 책을 읽는다. 명상을 하는 날도 있고, 영어 공부를 하는 날도 있다. 생산성을 높인다기보단 새벽 기상의 느낌이 좋아서 반복하고 있는 김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 중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하루가 훨씬 더 짧아졌다. 정확하게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분명 아침 일찍 일어나서 평소엔 잘하지 않던 여러 가지들을 해내고 있는데, 하루하루 업무를 해나가기 급급하고 미팅 준비도 성심성의껏 해가는 빈도가 줄었다. 그렇다고 명확하게 업무와 일상과 관련 없는 딴짓을 한다면 이해를 하겠다만.
바로 어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 공연을 보았다. 피아노 독주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 앉아 천장을 보며 숨을 고르고 성큼 연주를 하기 시작하는데 홀로 그 공간을 압도하는 아우라에 넋을 놓고 쳐다보게 되더라. 진정한 몰입의 순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무아지경의 순간을 실제로 목도하며 함께 호흡하고 오니 알겠다. 요즘 나에게 부족한 건 몰입이었다.
몰입. 沒入 깊이 파고들거나 빠짐.
그 무엇을 할 때도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동시에 처리했다.
눈으로는 드라마를 보면서, 손으로는 카톡에 답장을 하고 있다던지.
글을 쓰다가 딴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치면 별안간 쇼핑을 한다던지.
인스타그램 서핑에 한참을 보낸다던지.
무언가에 몰입하는 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거다. 그 어떤 것도 진심으로 임하지 못하고 그냥 깔짝였을 뿐.
지나온 나의 일상에게 조금은 미안해졌다. 단순히 일찍 일어난다는 ‘숫자’만으로 열심히 산다고 자족하고 있던 일상에 질을 높이기로 한다. 휴대폰을 멀리하는 것에서 시작하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