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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미노 칠레 Dec 12. 2016

푸에르토 나탈레스 _ 작별

이젠 푸에르토 나탈레스를 향해 운전대를 돌립니다.

지도상으로 조금더 가까워 보입니다. 왔던길과 다른 길을 택합니다.

중간중간 멋드러진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풍경을 앞에두고 전망대가 멈췄다 가라고 손짓합니다.

잠시 서려고 보니, 다들 깊이 골아떨어졌습니다. 매서운 파타고니아 바람을 맞으며 하루종일 구경다녔습니다. 녹초가 될만도 합니다. 홍조가 된 얼굴빛이 아직 그대로 입니다. 마침 빗발도 더 강해집니다.

그저 운전 속도를 조금 늦추며, 혼자만 눈에 담아 봅니다.  


Milodon 동굴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토레스델파이네 당일 관광을 가는  투어버스들이 아침 코스로 들리는 곳입니다. 오후로 갈수록 흐리고 비가온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침에 날씨가 좋을때 토레스 델 파이네를 먼저보고, 혹시 시간이 되면 이곳을 들러보기로 계획을 잡았었습니다. 어차피 비가 좀 오더라도 동굴구경이 별 상관 없을테니까요… 도착하니 5시가 거의 다 되었습니다. 다행히 아직 관람이 가능합니다.  

함께 여행다닌 승헌이 승엽이 가족입니다


진작 멸종되었지만, 약 1만 5천년전 이곳에Milodon이라는 동물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면서 밀로돈 동굴로 이름 붙여집니다. 깊이가 약 200 미터 정도되는 대형 동굴 형성과정도 게시판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될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오래전 이곳은 해안이었습니다. 파도가 지층이 약한 부분을 깍아내는 침식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렇게 깊고, 거대한 동굴을 만들어 냈습니다. 짙은 안개비가 자욱한 초저녁, 관광객도 거의 없는 깊고 고요한 동굴에 들어섭니다. 기분이 묘합니다. 어두운 한쪽 구석에서 갑자기 수만년전 원시인이 튀어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장좀 보태자면 축구 경기 가능할만큼 넓습니다
8년전 처음 왔을때는 정말 밀로돈이라도 된듯 감정이입 하더니 ...



컷다고 억지로 포즈 취하네요.


바로 저녁을 먹으로 가자니, 아직 식당문이 열기전입니다. 호텔로 들어가 좀 쉬자니, 다들 뻗어버릴듯 합니다. 잠시 우리 호텔앞에 차를 멈춰섭니다. 호텔개들이 뛰어내려와 반겨줍니다.

깊이 육지사이로 밀고 들어온 바다는 호수보다 더 잔잔합니다. 목위로 까만 파나고니아 백조가 우아하게 물살을 가릅니다. 절로 마음이 편안해 지는 풍경입니다.


큰녀석 생일입니다. 승헌이 아빠가 굳이 케익을 사야한다고 우깁니다.

이 조그만 푸에르토 나탈라스에 케잌집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서 예쁘장한 케익집을 발견합니다.



8시가 넘어서며, 이제 막 숯불을 붙이기 시작하는 식당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비수기는 비수기입니다. 토요일 저녁임에도 우리가 일어날때 까지 다른 손님은 들어오지 않습니다. 온전히 도원이 생일파티만을 위한 전용식당을 저렴하게 빌린셈입니다.


아이들 표정을 보면,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축하할 일이 맞습니다

점점 밤은 깊어갑니다. 오후내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집니다. 어느새 진눈개비로 변합니다. 마지막 밤이 아쉽기는 애어른 똑같습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붙잡아 봅니다.

포근한 실내에서 진눈깨비를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눕니다


떠나는날 아침이 밝습니다.

밤사이 내리던 진눈개비는 살짝 하얗게 호텔 앞마당을 덮고 있습니다.

와.. 감탄만 나옵니다.


건너편 야산너머 숯불처럼 빨간 빛이 천천히 얕아 지면서 핑크빛으로변합니다. 핑크빛 하늘은 이제 청명한 파란색이 됩니다. 숨쉬어본 것중 가장 깨끗한 공기를 한참동안 폐부 깊숙히 들이 마십니다.


이제 작별할 시간입니다.

8년전 함께 놀던 그 녀석입니다.

너도 우리를 알아보고, 두번째 작별을 슬퍼하는 거니?

아련하고 그리운 남국 마을.

안녕~ 푸에르토 나탈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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