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과 흐름
사업계획서 또는 피칭덱(Pitching Deck)을 작성하는 방법을 설명하기에 앞서, 기억해야 할 2가지가 있다. 바로 '설득'과 '흐름'이다. 만약 이 두 키워드를 듣고 이해가 간다면, 아래의 글은 읽지 않아도 된다.
피칭덱은 발표자료를 그리고 사업계획서는 이보다 자세히 작성된 문서로 구분한다면, 어떤 면에선 그 목적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여기선 피칭덱과 사업계획서 두 단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겠다. 왜냐? 결국 설득을 위한 materials이란 점에선 같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서는 누가 읽고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내부용과 외부용으로 구분할 수 있고, 내부 사용을 위한 경우라면 창업가 자신 또는 그 외 내부 팀원으로 나눌 수 있다.
사업계획서는 일종의 설계도인데, 그런 점에서 창업가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사업내용을 현출해야 한다. 왜냐면? 머릿속의 생각은 쉽게 바뀔 수 있고, 바뀌기 전과 후를 기록하지 않으면 추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건 하고자 했던 말은 창업가 자신 역시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보면서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도 설득 안된 사업인데 누구를 설득하겠는가?
내부 팀원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공동설립자건 동료건 창업가의 머릿속 생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문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원팀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해를 넘어 설득되어 '같이 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더 큰 성과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지?'라는 식의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정부지원사업의 평가위원이나 투자자에게 나의 사업을 단순히 소개한다거나 설명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한다면, 설득이 쉬울까? 만약 아직 지원사업 합격이나 투자유치를 경험하지 못한 창업가라면 설득이라는 관점에서 준비하고 발표했는지 점검해 보면 좋겠다.
그러면 설득을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흐름'이 필요하다. 나아가 '스토리텔링'까지 된다면 베스트다. 흐름은 일종의 논리구조로도 이해할 수 있는데,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는 영역이다. 때문에 정답이 없다. 그러므로 답을 구하려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창업가/팀마다 주어진 조건과 환경, 단계가 모두 다르다. 어떤 팀은 팀의 역량이 훌륭할 수 있고, 또 어떤 팀은 이미 시장검증을 몇 차례 진행했을 수도 있으며, 또 다른 팀은 매출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무엇을 앞에 배치하고 뒤에 보여줄 것인가? 어떻게 전달해야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설득을 할 수 있을까를, 창업가/팀이 놓인 상황에 맞게 '스토리라인'을 먼저 작성해 본 후에, 피칭덱을 작업할 것을 제안한다.
정답은 없지만 보편적으로 사용해 볼 수 있는 피칭덱의 전개방식은, 프론트 커버, 문제제시, 창업아이템(솔루션), 시장분석, 경쟁분석, 비즈니스모델, 시장검증(사업성과), 향후전략, 재무계획, 팀역량, 백 커버, 부록 순일 수 있다.
프론트 커버를 통해 창업가/팀에 대한 좋은 인상과 호기심을 유발하고, 창업가가 풀고자 하는 문제를 도입부로서 제시하면서 상대방에게 그 문제에 대해 공감을 일으킨 뒤, 해결수단으로서 창업 아이템을 소개하여, 아! 이렇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다는 논리를 만들어낸다.
그러면 피칭을 듣는 상대방은 '그래서 그걸(아이템) 누구에게 팔 건데?'라는 질문을 가질 것이다. 이때 시장분석을 이야기한다. 때문에 시장분석에서 타깃시장을 정의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정의를 통해 창업가의 아이템을 구매해 줄 고객 또는 사용자가 명확하게 타깃팅되어 있음을 전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진입하고자 하는 시장의 매력도도 어필해야 하는데, 시장이 충분히 크고 성장도 빠르다면 자연스레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그럼 선점하고 있을 플레이어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경쟁분석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해소시키고, 나아가 그들과의 차별점 부각을 통해 아이템이 경쟁력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여기까지 듣게 되면, 비로소 '그럼 돈은 어떻게 벌건데?'라는 질문이 남게 되는데,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답을 하면 된다.
이렇게 사업에 대한 아이템(기술성) 및 시장성, 사업성을 대부분 이야기한 것 같지만, 이는 창업가의 가설에 해당할 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사업내용이 아무리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보이더라도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아이템은, 가설이고 아이디어일 뿐이다. 그러므로 창업가의 가설이 사업으로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선 창업가의 아이디어가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고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음을 검증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시장검증은 일종의 사업성과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형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업성장의 관점에서 창업가가 그리는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을 향후전략이라는 목차 항목으로 제안하고,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의 근거로서 재무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앞으로 할 일을 보여줬으므로, 이를 실행할 역량 관점에서의 분석과 판단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제부터 무엇을 할 건데, 이를 위해서 필요한 자원과 역량은 이렇다. 현재 우리가 가진 자원은 무엇이고 그래서 역량은 어떻다. 이 이야기를 팀역량에서 하는 것이다. 자원 중 가장 큰 것이 자본과 인력이다. 자본에 대해선 재무계획에서 이미 전달했으므로, 팀역량에선 인력자원과 인력이 보유한 역량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면 되다. 부족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자원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 미흡함을 보완하기 위해 어떤 인력 계획을 가지고 있느냐도 그래서 중요한 평가 포인트가 된다.
마지막으로 백 커버가 있다. '감사합니다.' 또는 'Thank You', 'Q&A'로 백 커버를 채우지 말자. 피칭은 내 사업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다. 브랜딩 관점에서 접근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다. 즉 창업가/팀의 미션 또는 비전, 가치를 담은 슬로건 또는 한 줄 메시지를 담아, 창업에 진심임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