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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정환 Sep 19. 2017

초연결, 초지능 시대의 제주

본질은 업의 변화

J-Connect 매거진 2호(2017년 여름호)에 쓴 글입니다.


한국 사회에 ‘4차 산업혁명’ 논의가 뜨겁다. 정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두고 총리급 위원장을 두기로 하는 등 정책적 대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도대체,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뜨거운 것일까? 키워드에 연연하여 본질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클라우드 슈밥 회장이 향후 세계가 직면할 변화의 화두로 던진 말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의 혁신을 바탕으로 초연결과 초지능 사회가 되어 넓은 범위와 빠른 속도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새로 등장한 것은 아니다. 기존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등으로 이야기되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컴퓨터와 인터넷 기반의 정보혁명을 칭하는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다. 증기기관을 통해 동력을 발명한 1차 산업혁명은 100여년에 걸쳐 진행되었고, 전기를 통한 에너지원으로 대량생산 체제가 만들어진 2차 산업혁명 또한 100여년에 걸쳐 확산되었다. 에너지원과 물리적 동력에 의한 혁명이라는 측면에서 1, 2차 산업 혁명을 하나로 묶어서 보는 경우도 있다. 크게 묶어서 본다면, 1, 2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대신해주는 에너지원, 동력에 의한 혁명이고, 3, 4차 산업혁명을 묶어 본다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해주는 컴퓨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에 의한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1~2차 산업혁명에서 그랬듯이 산업과 기술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교육, 사회 등 인간의 일과 삶 모든 것이 크게 변화한다는데 있다. 실제 미국의 경우 19세기 말 노동인구의 40%가 농업에 종사했으나 자동화로 인해 2%로 떨어졌다. 이러한 전세계적 변화의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의 수요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필수 교육을 강화한 것이 현재의 학교 체계다.

인공지능이 전기처럼 세상의 모든 곳에 흐르는 세상이 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공지능과 기계로 인하여 인간의 일자리가 상당수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또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본질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업의 성격의 변화’다. 이미 평생직장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더 나아가 직업 자체의 생성과 소멸 주기도 짧아져서 한번 배운 것을 오래 써먹지 못하고 폐기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직무의 일자리는 사라질 가능성이 높은 반면, 창의성을 바탕으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의 가치는 높아져 그로 인해 끊임없이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창업과 취업의 경계를 허물어짐을 뜻한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 65%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 한다. 이 시대의 부모와 교사들은 스스로 경험해보지 않았고 아이들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교사들은 더 불안해하고 자녀들이 대표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으로 분류되는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거나 아예 새로운 도전을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문제 해결력, 창의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협업 능력이 핵심 능력이 된다.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끊임없이 자기주도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는 교육은 특정한 지식이나 기술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다.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법을 구상해 다양한 환경에 실험하고 적용해 보는 것을 통해 키워진다. 이런 교육은 기업가 정신(앙트러프러너십) 교육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창의적이고 논리적인 문제해결능력’을 중심으로 ‘제주로 On Coding’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도 양질의 코딩 강사 육성, 라이크라이언과 함께 하는 프로그래머 양성 과정, 카카오, 구글과 함께 하는 머신러닝 캠프 제주 등을 주최하며 제주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초연결, 초지능 시대에 제주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는 미래 산업의 불모지였지만, 앞으로는 일과 삶이 변화하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문제해결 중심의 코딩교육과 함께 제주다움이 글로벌 인재들의 네트워크와 어우러지는 라이프스타일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일하는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원격 근무와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라이프스타일을 제주에 접목하고 있다. 이제 제주에 살면서 실리콘밸리 회사에 취업해서 일할 수 있고, 제주기업이 전세계 인재들을 고용해서 일할 수 있는 창조의 섬의 비전이 열리고 있다. 제주의 청년들이 이러한 미래를 열어갈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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