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ung Hwan Lee
Jul 17. 2015
얼렁뚱땅 가방 제작기
아내를 위한 가방을 만들다.
팀원이 취미로 가죽공예를 하길래 호기심에 구경갔다가 요즘에는 가죽 공예에 푹 빠져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도안으로 옮기고 그 도안으로 가죽을 잘라 붙이고 한땀한땀 손바느질 해서 상상했던 결과물이 손에 딱 쥐어지는 그 과정들이 너무 너무 재미있어요!!
(기술은 저질이지만 마음만은 이탈리아 장인의 마음으로 ㅋㅋㅋ)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 진다던데 이런 좋은 취미 하나 있으면 인생이 좀 더 즐겁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점심 시간에만 조금씩 했었는데, 점점 작업 시간이 늘어나고 퇴근 후에도 작업하다가 늦게 귀가하는 상황이 되니 집에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들 돌보느라 고군분투 중인 아내에게 눈치가 보이고 점점 미안해 지기 시작합니다...ㅎㅎㅎ
그래서! 아내를 위한 가방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가방이라 쓰고 뇌물이라 읽는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소품 한 두개 만들어보고 갑자기 가방을 만들려고 하니 막막하더군요. 뭐 그래도 절 가죽의 세계로 인도한 레더 마스터에게 물어보면서 차근 차근 해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일단 스케치와 도안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도안은 일러스트레이터를 이용해서 그리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파는 두꺼운 방안지에 붙여서 잘라냅니다. 가죽을 도안에 맞춰서 자르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인데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처음 만들어본 티가 나네요...
종이 가봉을 해보니 이게 가방인지 도시락통인지 디자인도 맘에 안들고 1~2mm 정도의 오차들이 생겨납니다.
맘에 들때까지 수정 또 수정을 합니다. 그렇게 만들다 보니 종이 가봉만 4번 했어요 ㅎㅎ
그래도 신중하게 작업할 수록 결과물은 더 좋아지겠죠?
자 이제 가죽 재단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죽은 가방을 만들때 쓰는 좋은 가죽은 아니고 자투리 가죽(독고가죽)으로 다시 한번 가봉을 해봅니다.
가방 만들때 쓰는 가죽이 상당히 고가의 가죽이라 빨리 완성하고 싶은 마음은 급해도 천천히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기로 합니다.
종이가봉과 독고가죽으로 가봉한 가방의 모습 비교 흠.... 가죽가봉을 해보니 이 또한 썩 맘에 들지않아서 손잡이 부분을 뜯어내고 뚜껑 부분의 라운딩 처리를 좀더 심플하게 정리하기로 합니다.
자 이제 진짜 가죽 재단으로 넘어갑니다.
딱 봐도 아시겠지만 가죽이 두꺼워서 재단하는데 힘이 많이 들어갑니다. (부들부들)
가죽 재단 후에는 단면부분을 엣지 베베러와 사포로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가죽 성형을 위해 얇아져야 하는 부분은 피할작업도 진행하구요~
이제부터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단계에요~
지금까지는 "대체 가죽제품은 왜 이렇게 비싼거야" 라고 생각했었는데 이젠 왜 그런지
난 알아요!
가죽의 단면은 사포질 후에 저기 위에 보이는 토코놀이라는 약품으로 마무리를 했는데요. 토코놀을 단면에 바르고 마르기 전에 슬리커(나무)로 문질러 주면 단면이 말끔하게 정리가 됩니다. 저런 방법으로 가방의 부품들을 하나하나 준비해 나갑니다.
자 이제 가죽 공예의 꽃 "새들스티치" (손바느질) 단계로 들어갑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단계입니다.
바느질이 끝나고 마지막 단계로 가방에 아내의 이름을 새깁니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가방을 받으면 훨씬 기분이 좋아지겠죠?
이제 슬슬 기나긴 여정의 끝이 보이는구나 하는 찰라에 아차! 불박기의 코드를 안꼽아서 본의 아니게 냉박기로 ㅋㅋ
킹슬리 불박기로 아내의 이름을 새깁니다.
아내에게 선물하고 지금도 가죽공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