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삶이 그대를 시험에 들게 할지라도
그런 때가 있다. 맡은 바에 충실하고, 그것을 잘 해내고,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싶은 그런 때가 말이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합하고, 나 자신에게 만족하는 작은 장면들이 모여, 삶의 원동력이 되는 그런 순간들이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작은 즐거움들은 작지 않은 책임감으로 바뀌어가고, 기대에 부합하지 못한 나는 누군가에게는 실망을, 나에게는 자책감을 준다. 처음의 열정과 순수했던 의욕이 흐릿해지고, 무거운 부담만이 남는다. 망망대해에 표류하고 있는 잔뜩 물먹은 뗏목과 같은 느낌이다. 지금 내가 버겁다 느끼는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고, 어떤 기분이었나? 분명 즐겁고, 하루하루 충만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때의 그 감정들과 기분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문득 고개를 들어 반질반질한 벽에 반사된 내 모습을 보니 손에 쥔 것도 많고, 등에 짊어진 것도 많은 채 지치고 탁한 눈빛의 내가 보인다. 분명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이 시점에, 욕심이건 책임감이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좀 놓는다면 좀 나아질 것을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막상 놓으려고 하면 미련이 남고 두려움이 앞선다. 그제야 이 모든 것들을 몸으로 짊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짊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오른쪽 뒷목이 계속 뻣뻣하고 통증이 있는 게, 한 달이 넘도록 낫지를 않는다. 그나마 휴일이나 며칠간 쉴 때는 괜찮은데,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받으면 다시 아려온다. 한의원에 가서 침이라도 맞아봐야 하나 싶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가 영 신경 쓰인다. 분명 내게 보내는 무언이 신호가 있을 텐데, 원인을 모르니, 해결조차 막막하다. 사실 나는 내 마음을 잘 돌보지 못한다. 뭔가를 좀 홀가분하게 털어내야 함을 알지만, 그게 뭔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Viva la vida, 자신의 삶이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할지라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길 바라본다. 버티고 견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머리로 느끼고, 스스로를 보살필 수 있어야 한 다는 것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내게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생각이 많아 쓸데없이 머리만 아픈 밤과, 이러한 내 모습에 혹시라도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밤이 지나간다.
이 모든 건 하루 사이에 큰일이 몇 개나 지나가, 몸도 마음도 머리도 심란한 밤에 든 쓸데없는 생각이다.
2025년 3월 11일 늦은 밤에 초안을 작성하다.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냅다 발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