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P 요우의 2025년 첫 휴가: 생애 첫 혼자 해외여행 & 첫 일본
에서 이어집니다.
일본어 한마디 못하는 상태에서 생애 첫 혼자 해외여행, 생애 첫 일본이라는 큰 결심을 했지만 겨우 2시간 남짓 자고 인천 공항 1 터미널에 도착했다. (파라다이스 호텔이 인천 공항 코 앞이라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인천 공항에 도착하고, 장기 주차장에 차를 댄 뒤 탑승 수속 중에 알게 된 사실.
항공기 출발 지연
12:40 출발 비행기가 항공기 점검 이슈로 15:00 출발로 변경되었단다.
알았으면 좀 여유롭게 나왔을 텐데, 몰라서 9시에 와버렸다.
사전에 문자 보내줬다는데, 단지 몇 시간 전에 예매했어서 그런가 나한테는 그런 게 안 왔다.
덕분에 시간적 여유가 엄청 생겨서 쉑쉑버거 가서 햄버거도 먹고,
여유롭게 3만엔 환전도 하고, 면세 구역 안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책도 좀 읽고 그러다가 비행기 탑승
혼자서 해외여행은 완전 처음이고, 2023년 초에 괌 이후로 해외여행도 거진 2년 만이다.
아무튼 비행기는 떴고, 나는 2시간 남짓한 비행시간에서 못다 잔 잠으로 곯아떨어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일본 본토에 진입한 상태다.
간사이 공항에 떨어지고 나서 들었던 첫 생각은 "이게 되네?"
바로 전날 저녁에 즉흥적으로 항공권 끊고, 당일 오후에 타국 공항에 와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렇지만 난 P라서 매우 짜릿해
오사카 관광 가이드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오사카 ** 패스" 같은걸 많이 샀던 것 같은데, 나는 뭘 봐야 할지, 사야 할지 잘 모르겠고 해서 그냥 이코카 카드에 5천엔 넣어서 발급받았다.
공항 철도? 공항 급행? 타러 내려와서 세븐 일레븐이 있길래 두근대는 마음으로 결제를 시도했다.
네이버페이에서 GLN 해외 결제를 지원하는 게 있어서, 그걸 사용했다. 잘 되더라.
일본 여행 중 느꼈던 것은 아직은 GLN보다는 알리페이가 지원이 더 많이 되더라.
알리페이로 안 한 거는 그냥 GLN은 하나은행 자회사에서 만든 거고, 알리페이는 중국 거니깐.
괜히 중국 서비스에 개인 정보랑 넘긴다는 약관 동의 같은 거에는 아직 좀 신경 쓰인다.
아뿔싸, 간사이 공항에서 난바 지역까지 가야 되는데 전철을 잘못 탔다.
뭔가 색깔이랑 같은 라인인 것을 보고 탔는데, 난바 쪽으로 가지 않는 전철이다.
(출국할 때 확인해 보니, 간사이 공항 전철 타는데서 빨간색 난카이, 파란색 JR인데 아무튼 반대로 탔던 것 같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급하게 막 짱구를 굴려본다.
대충 지하철 노선도 보니 난바역 아래의 신이마미야역을 지나간다.
그리고 거기서 숙소까지 걸어서 한 40분 정도니깐,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좀 헤매보자! 란 심정으로 신이마미야역에서 내렸다.
신이마미역 계단 출구로 걸어 내려가는데 괜히 웃음이 나왔다.
어릴 때 즐겨하던 엘더스크롤이나 드래곤에이지 같은 RPG 게임에서 길 잘못 들었는데 흥미로운 던전 탐험이 시작된 거 같은 기분이다.
잘못 내린 이상 그냥 즐겨! 마음으로 난바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내가 내린 신이마미야 역 부근이 일본 최대 우범지역 아이린 지구라고 했다. 어쩐지 껌껌하더라)
별도의 해외 e-sim 없이 KT 요금제에서 지원하는 100 kbps 로밍만으로 구글 맵 돌려가며 겨우겨우 숙소 도착했다.
숙소도 출국 전에 야놀자 해외숙소에서 쓱 보고 난바 역 근처 적당해 보이는 가격의 친구로 후다닥 예약했다.
바로 전날까지 묵었던 파라다이스 호텔에 비하면 훨씬 작은 방이지만, 여기 호캉스 하러 온 게 아니니깐~
숙소에 대충 짐을 던져놓고, 난바 거리로 나와본다.
신이마미야역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는데, 난바 쪽으로 올라올수록, 에비스 다리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심지어 주말도 아니고, 휴가철도 아니고 그냥 평일 수요일이다. 그럼에도 도톤보리 쪽에는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미어터졌다.
오사카로 날아오게 된 원인 중 하나였던 우동을 먹기 위해 근처를 막 뒤져본다.
며칠 지나서는 괜찮았지만 도착 첫날에는 읽지 못하는 일본어와 일본 식당의 주문 분위기와 난바 지역 식당의 웨이팅에 쫄아서 쉽게 가게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심지어 22시가 다 되어가던 시간이라 장사를 접은 가게도 많았다.
이래저래 막 돌아다니다가 웨이팅도 없고, 우동도 파는 가게를 발견.
고민은 짧았고, 돌격하는 순간도 짧았다. 다만 일본에서는 입구에서 안내받을 때까지 존야 해야 된다길래, 들어가서 서성거리다가 안내받고 바 테이블에 앉았다.
막 파파고랑 갤럭시 AI 번역으로 어떻게든 비벼가면 주문을 해본다.
깨달은 것은 그냥 콩글리시랑 바디랭귀지로 비비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것이다.
(저 때 이후로 엄청 어려운 거 물어보지 않는 이상 파파고를 켜는 일은 없었다.)
이것저것 다 파는 호프집 같은 느낌이라 큰 기대 없이 우동과 오코노미야끼를 시켰다.
허기가 최고의 반찬이랬나, 퀄리티는 모르겠고 맛있게 먹었다. (생맥주가 쌌다. 한잔에 170엔이었나)
주변에 즐비한 일본어 간판에 "아 진짜 내가 일본에 왔구나"를 실감한다.
코코이찌방은 한국에서도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시간 되면 일본에서도 꼭 가봐야지 생각한다. (결국 못 가봄)
한국에서는 팔지 않는 아사히 슈퍼 드라이 캔맥주가 편의점에서 대용량으로 팔길래 후다닥 집어 숙소로 가져왔다.
그리고 아사이 슈퍼 드라이 한 캔 마시고 잠들었다.
아침에 한번 눈이 떠졌으나, 더 잤던 것 같다.
오사카까지 왔음에도 간만의 휴가에 늘어지게 잠은 실컷 잔다.
결국 대충 나갈 준비하고, 12시가 다되어서야 숙소를 빠져나온다.
오늘의 첫 번째 행선지는 오사카 성이다.
날씨가 조금 흐리지만, 크게 개의치 않다.
대중교통에 도전해 볼까 하지만,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아직은 일본 거리를 좀 더 두 눈과 두 다리로 느껴보고 싶다.
그래서 1시간 반 정도의 거리를 걸어가 본다.
중간에 꽤나 느낌 있어 보이는 근사한 우동가게 보여서 들어가서 우동도 또 먹어준다.
당연히 몰랐는데, 츠루마루라고 일본에서는 꽤나 유명한 우동 체인이라고 한다.
진짜 맛있다. 우동만 먹으러 일본 와도 될 것 같았다.
길가에서 아무 데서나 들어가서 먹은 우동도 이렇게 맛있는데,
진짜 맛집 가서 먹으면 얼마나 더 맛있는 거지? 생각함
츠루마루 우동은 들어가면서 식판 들고 주문하고, 튀김이나 주먹밥 집어 들고 마지막에 계산하는 방식인데,
이것을 잘 몰랐고, 내가 일본어 못해서 대화도 잘 안되니 좀 헤맸다.
그래도 어찌어찌 바디랭귀지로 주문하고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일본에 자판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진짜 골목마다 있더라.
우동 먹고 커피가 먹고 싶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카페는 안 보이고
그냥 자판기 보이길래 냅다 동전 넣고 뽑아봄.
그리고 생애 첫 일본 자판기라서 기념 삼아 사진 찍어둠
그리고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오사카성
전철에서 내려 일본어 간판 가득한 오사카 거리를 본 다음으로 내가 진짜 일본에 왔구나를 느끼게 해 준 순간이다.
미묘하게 조금 일찍 왔는지 벚꽃은 없었다.
며칠만 더 늦게 왔으면 벚꽃 가득한 오사카성 봤을 텐데
오사카성 뒤로 돌아 나오니 통통배 타는 관광 상품도 있었다.
성인 기준 1,500엔이었나? 후기로는 굳이 타볼 필요는 없음
스피커로 막 오사카성 관련 설명이 나오는데, 일본어 못 알아들어서.
오사카 성을 나와서 이번에는 나카노시마 공원 쪽으로 걸어가 본다.
어느 공원의 벚꽃이 이제 막 필락 말락 하고 있기에 찍어봤다.
츠루마루 우동이 또 있길래, 이번에는 유부 우동으로 시켜 먹었다.
유부가 일본어로 뭔지 몰라서, "유부 우돈, 유부 우돈" 했는데, 점원분이 나와서 사진 보더니 "키츠네 우돈!"이라고 해서 유부가 일본어로 키츠네인 줄 처음 알았다.
지하철역은 키타하마 역인데, 그냥 느낌이 좋아서 찍어봤다.
나카노시마 공원은 생각보다 볼 게 없었다.
근처에 카페 거리 같은 게 조성되어 있다고 유튜브에서 본 것 같아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본다.
강을 따라서 테라스를 구성해 둔 카페가 많다.
마운트 키타하마점에 들어가서, 에그마요 샌드위치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테라스에 앉아서 멍하게 강을 쳐다보는데, 흐린 날씨 가운데 중간중간 햇볕이 든다.
주변에 현지인 4명이 앉아있는 테이블이 있었는데, 1인 1 트레이더라
한국은 하나의 식판에 여러 사람 메뉴가 함께 나오는데,
일본은 인원별로 트레이가 따로 나오는 게 조금은 낯설었다.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카페를 나왔다.
생각보다 먼 거리를 걸었기에 지하철을 타본다.
다행히 노선이 하나밖에 없는 곳은 지하철이 어렵지 않다. 요도야바시에서 신사이비시까지 지하철을 탔다.
이번에 가볼 곳은 같은 밴드 동아리의 승훈이 추천해 준 악기점이다.
승훈이 추천해 준 곳은 "이시바시 악기 신사이바시점"이다.
종로의 낙원상가야 종종 가보는데, 일본은 또 다른 느낌이다.
어찌어찌 콩글리쉬로 펜더 USA 텔레캐스터 빈티지 모델 시연도 해본다.
시연할 수 있는 앰프 앞에 꾹꾹이도 다 달아놓고, 세밀하게 튜닝까지 해서 건네주는 게 인상적이다.
나야 기타가 아직 익숙하지 못한데, 나 다음으로 어떤 부장님 느낌 나는 정장 아저씨가 기똥차게 기타를 치더라. 느낌이 묘했음
내가 가진 기타 모델이 펜더 USA 프로페셔널 2 다크 나이트 모델인데, 친구들이 많았다.
특히 어떤 모델은 한국에서 구하기도 힘들다던데, 여긴 재고가 꽤 있더라.
기타 스트랩도 신기한 게 많았고, 이래저래 구경하다가 기타 스트랩과 선물용 피크 여러 개를 사서 나왔다.
가격이 5,000엔이 넘어서 면세로 구입할 수 있었다.
오사카 놀러 오는 사람들은 반드시 찍고 돌아간다는 도톤보리 글리코 간판.
어젯밤에 나왔을 때는 찾지 못했는데,
내 인스타를 보시던 다른 팀 리더님이 에비스 다리를 찾아가라고 알려주셨다.
구글 지도 따라 열심히 가보니 글리코 간판이 땋. 사람 진짜 많았다.
찍어줄 사람 없는 혼자 여행이니, 셀카로 호다닥 찍고 저녁 먹으러 고.
저녁은 옆팀 안드로이드 개발자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해 준 "치보 센니치마에본점" 오코노미야끼다.
그러고 보니 회사에 오사카 다녀온 분들이 정말 많아서, 이래저래 인스타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래저래 맛집이나 관광 포인트 알려주신 동료 분들, 맛집 지도 공유해 준 옆팀 리더님 등등 모두 아리가또고자이마쓰.
낮에 우동을 먹었으니, 저녁은 오코노미야끼와 야끼우동과 삿포로 생맥주
너무 맛있어서 과식해 버렸다. 그리고 맛있는 만큼 가격이 꽤 있어거 거금을 지출했다.
그래도 또 먹고 싶음.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난바 거리를 실컷 구경하고 숙소 들어가려던 찰나
숙소 앞에서 한국인 관광객 무리를 발견했다.
가이드 분이 막 설명해 주는데, 괜히 한국인이니 반갑기도 하고,
무슨 얘기하나 궁금해서 슬쩍 거리 두고 따라다녔다.
덕분에 돈키호테와 이치란 라멘 위치와 이것저것 유용한 정보들을 알았다.
가이드분의 여정은 내가 왔던 길을 다시 돌아 에비스 다리에서 끝이 났는데,
어디 여행사에서 온 건지 물어볼 걸 그랬다.
다음번에 부모님이나 어르신들 오사카 보내드릴 일 있으면 해당 가이드님한테 보내고 싶었다.
에비스 다리 쪽으로 오니, 아까는 없었던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다.
베이시스트의 슬랩이 예사롭지 않았다.
인스타도 찾았었는데, 지금은 이름을 까먹었다.
멋진 공연이라 아무 생각 없이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던 동전들을 팁으로 던졌는데
생각해 보니깐 일본 동전은 가치가 크다는 사실을 잊었다.
못해도 몇 천 원은 팁으로 던졌을 것 같다.
잠시 버스킹 공연 감상.mp4
숙소로 다시 들어와서는 내일 뭐 하지를 고민한다.
교토는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곳이라, 내일의 1박은 교토로 정하고 숙소를 예약했다.
그리고 교토에서는 뭘 하면 좋을지 유튜브를 한참 보다가 잠들었다.
아뿔싸 자고 일어났더니 간밤에 예약해 둔 교토 숙소가 취소가 났다.
순간적으로 4만 원 정도 싼 객실이 나왔길래 후딱 예약했는데, 그게 원인인가 싶다.
에이.. 이렇게 된 거 난바에서 그냥 4일 다 있어야겠다 생각한다.
파파고를 열심히 돌려서,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1,500엔짜리 조식을 먹고 올라가서 더 잤다.
점심때쯤에 다시 일어나서 주섬주섬 숙소를 나왔다.
뭘 먹어볼까 고민하다가 어제 오사카 성에 갔을 때 옆팀 리더님이 알려준 오사카 맛집 지도와
강력하게 추천하던 라멘집이 떠올랐다.
숙소에서 굉장히 가깝길래 오래 고민하지 않고 라멘 먹으러 갔다.
옆팀 리더님이 추천해 준 곳은 넥스트 시카구라는 라멘집인데
내부 인테리어가 심상치 않다. 프로젝터 빔을 한쪽 벽에 쫙 쏴주는데 마치 바에 있는 느낌이다.
라멘은 국물이 굉장했는데 돼지 육수 베이스에 굴 맛을 쫘악 뽑아낸 감칠맛 터지는 진득한 국물이다.
얇은 소고기를 살짝 익힌 초밥도 진짜 맛있었다.
먹고 나니 이치란 라멘이 딱히 생각나지 않았다.
라멘 먹고 나서 소화도 시킬 겸 어제 가이드 따라다니다 알게 된 돈키호테에 들어가 본다.
뭐 진짜 많다. 하지만 나는 돌아가는 항공편에 위탁수화물이 없으므로 뭔가를 크게 살 생각이 없다.
그렇지만 주류 코너에 히비키 위스키를 사지 못한 건 진짜 아쉽다.
(대충 면세점에서 히비키 위스키 사가야지 안일한 생각이었는데, 면세점에 없더라)
돈키호테에서는 주변 지인들 나눠줄 작은 선물만 몇 개사서 나왔다.
다행히 그 작은 선물들도 5,000엔이 넘어서 면세를 받았다.
그리고 계산해 주는 직원분이 부산 사람이라서 괜히 반가웠다.
난바를 돌아다니 보니 중간중간 작은 신사가 더러 있다.
도시 한복판에 이런 신사들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난바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츠케멘 집이 보여서 들어가서 먹었다.
"미타 제면소"라는 가게다.
근데 츠케멘 자체가 처음이라 맛이 있는 건지는 알쏭달쏭하다.
나중에 기회 되면 다른 곳들 츠케멘도 먹어봐야 알 것 같다.
일본에 며칠 있으면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어떤 음식점을 가더라도 기본적으로 1인 바 테이블이 있다는 점이다.
난 한국에서도 혼밥을 자주하는데, 언어만 된다면 바 테이블에 앉아서 사장님이랑 떠들면 정말 재밌겠단 생각을 했다.
다시 떠날 시간이다.
교토는 빠그라졌으니, 그다지 멀지 않은 우메다 지역으로 가본다.
어느덧 해가 떨어질 시간이라, 우메다 공중 정원 가서 도시 전경 보면 끝내주겠단 생각이다.
난카이 난바역에서는 좀 헤맸다. 일본 지하철 어렵다.
3층 인포메이션에서 어디로 가야 하냐고 하니 Down Stair라고 한다.
내려와서도 못 찾아서 관광 안내소 가니 밖으로 나가서 지하로 들어가라고 한다.
지하로 들어가니 또 다른 역이 있더라. 다행히 찾던 미도스지선이 나와서 우메다까지 갔다.
우메다 역에서 내려서는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도시였다. 서울이나 다른 한국의 대도시와 큰 차이가 없는 느낌.
작은 스타벅스가 있길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어딘가의 유튜브에서 일본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아이스커피로 주문해야 된다고 해서, "아이스커피"라고 했더니 직원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다시 정정해 줬다.
오사카 ** 패스 같은 것을 구입하지 않았으니 생돈 2,000엔을 다 내고 들어갔다.
그래서 높은 층에 올라가 한눈에 본 오사카 전경은 꽤나 인상적이다.
내부에 커피 / 맥주 바도 있길래 생맥주 큰 거를 또 800엔 주고 사 먹었다.
대기 시간을 생각 못해서 해 떨어지는 오사카 전경은 못 봤지만, 경험 자체는 만족스럽다.
오사카에서의 마지막 날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찰나에,
트리플 앱의 오사카 여행자들 톡에서 저녁에 간단하게 한잔할 사람을 찾는 내용을 봤다.
그렇게 오사카 한복판에서 서로 초면인 사람 4명이 모였다.
오뎅바를 젤 먼저 갔다.
21시에 맞춰 내가 도착했고, 금방 모임을 주최한 분이 도착했다. 98년생 사업준비하는 친구였다.
조금 더 있으니 다른 한분도 도착했다. 99년생이고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 친구였다.
둘 다 키가 거의 190cm에 육박해서 옆에 가기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96년생 개인사업으로 한국-일본 무역하는 친구가 왔다. 이 친구는 일본어가 능숙했다.
나만 일본 초행이고, 나머지 분들은 꽤나 종종 일본은 와본 친구들이었다.
덕분에 이래저래 정보도 많이 얻고, 안주랑 술도 이것저것 골라서 먹어봤다.
괜히 기분이 나서 1차 오뎅바에서 각각 1,000엔씩만 받고 내가 샀다.
2차는 96년생 친구를 따라서 어딘가의 야키토리 집에 갔다.
여기서도 술을 좀 먹었더니 취한다. 다양한 얘기를 하다가 가게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나왔다.
인스타만 교환을 하고, 나는 다음날 일찍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니 먼저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로 돌아가면서 지금 팀의 개발자 친구가 강력 추천한 라멘과 아사히 캔맥주를 하나 샀다.
저 라멘을 어떻게 읽는지는 모르지만, 안에 튀김이 통으로 들어있는데 맛있더라.
아마 위탁 수화물만 충분했으면 몇 개 챙겨 갔을 수도 있다.
숙소에 돌아와 씻고, 라멘과 캔맥 하나를 시원하게 마시고,
잤어야 했다.
나는 그만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 13화~16화를 틀어버렸고,
6시가 다되어서야 잠들었다.
10시 퇴실인데, 늦잠 자서 퇴실을 2,000엔 주고 한 시간 연장했다.
그래도 15시 40분 비행기에 12시쯤 간사이 공항에 잘 도착했다.
난카이 난바역에서 또 헤맬 뻔했는데, 그래도 어제 한번 헤매봤다고 그런지 생각보다는 잘 찾아갔다.
(간사이 공항역에 내려서야 첫날 내가 전철을 왜 잘못 탔는지 알았다)
에어 부산에서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에서 선물용 킷캣 몇 개와 헤네시 꼬냑 한 병을 샀다.
괜히 아쉬운 마음과 혹시라도 주변에 뭐 선물해 줄 만한 게 없을까 싶어 면세점 공간을 한참 동안 돌아다녔다.
돌아오고 나서야 그때 좀 더 사서 올걸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뭐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나 생각으로 또 일본을 기약한다.
그렇게 3박 4일간의 오사카 일정을 마무리한다.
인천 공항에 도착해 내렸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어우 겁나 춥네" 오사카가 따뜻했단 걸 알았다.
원래는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대로 친구집이나 전주에 알아봐 둔 한옥 호텔로 쏠 생각을 했다.
근데 막상 도착하니 그냥 집에 가고 싶더라.
그리고 이상하게 한국에 돌아오니 갑자기 김치찌개나 짜글이가 먹고 싶었다.
그래서 집으로 운전하면서 돌아가는 길에 오리역에 사는 밴드 형을 불러다가 바로 김치찌개에 제육을 먹고, 코노를 갔다.
토요일은 늦게 일어나 하루 종일 집에 늘어져있었다.
유튜브에서 몇 시간짜리 드라마 몰아보기와 게임 스토리 요약 몇 편을 봤다.
침대에 누워서도 읽던 책이랑 웹툰을 실컷 보다가 잠들었다.
일요일에는 점심에 약속이 있어 판교 쪽 나가서 밥을 먹고,
집에 들어와서 쉬다가, 집 근처 카페를 나갔다.
그리고 몇 시간에 걸쳐 "P의 휴가" 글을 썼다.
뭔가 평소와는 다르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이렇게 이 글을 마지막으로 2025년의 첫 번째 ENT"P"의 휴가를 마무리한다.
내일부터는 새로운 팀에서의 회사 생활이 나를 기다린다.
무일정, 무계획, 무약속 9박 10일 휴가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