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왜 결혼 안 하니?"라고
올해 유독 '결혼'이라는 키워드가 내게 강렬하게 박힌다. 서른 중반이라는 나이가 되는 동안, 결혼에 대한 질문은 간헐적으로 받았고, 나 역시 '좋은 사람 만나고, 때 되면 하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자꾸만 발생하는 일들과 들리는 소식들에 '결혼'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번 정리할 것을 강요 받는다.
2025년 6월 말,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갈 이유가 하나 사라졌고, 내가 붙이고 있던 정 하나가 떨어졌다. 회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친척 어른들이 내게 얘기한다. "너도 이제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야지. 너는 어디든 정 붙일 데가 있어야 해". 예전에는 흘려듣던 말이 이번에는 다르게 들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7월, 아주 오래전 연인에게서 청첩장을 받아 결혼식에 참석했다. 한때 가까웠던 사람의 새 출발을 축하하면서도, 그 시절의 나와 작별하는 기분이었다. 그리운 시절과 감정들을 흘려보내는 결혼식장에서,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온 걸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얻었지?' 고민했다.
최근에는 마지막으로 만났던 전 연인이 곧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을 우연히 접했다. 내 30대 초반의 전부를 함께 했고, 마지막 연애이기도 했으며, 결혼까지 고민했기에 내겐 분명한 충격이 있다. 헤어진 지 1년 반이 지난 지금, 새로운 사람과 가정을 만든다는 사실은 '내가 고민했지만, 끝내 놓아버린 선택'이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었음을 지독하게도 실감하게 한다.
그 지독한 현실을 곱씹던 시기에 나는 편도선 절제 수술을 받았다. 가벼운 수술이라 보호자 없이 혼자 감당했다. 하지만 큰 수술이라 보호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나는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수술이 끝난 후 병실에 누워 생각을 정리해보려 하지만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앞선 일련의 사건들이 겹쳐 더욱 심란해질 뿐이다. 수술 후의 통증과 최근 과중했던 업무 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요 몇 달간 쌓인 감정들이 뒤섞여 내가 왜 심란해하는지 구분조차 잘 되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이 최근 3개월 안에 일어났다. 마치 온 세상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너는 왜 결혼 안 하니?"
"이런데도 결혼 안 할 거니?"
나는 분명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결혼 제도를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다만 내 삶에서 우선순위가 점점 낮아졌을 뿐이다. 어떻게든 버텨가다 보니 일과 커리어, 자아실현이 결혼보다 앞섰고, 조금은 복잡한 가족 문제까지 겹치면서 '조금 더 안정되면 자연스럽게 좋은 인연을 만나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뒤로 미루다 보니, 나도 어느새 1년 반 넘게 연애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스무 살 이후 최장기간이다. 연애를 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누군가를 만나려 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분명히 있었을 좋은 인연들 마저 모두 흘려보냈다. 누군가 연애나 결혼에 대해 물어보면, 농담 삼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한 거라고 웃어넘겼지만, 다시 생각해도 안 한 건지 못 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철없는 마음으로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주변의 사건들 혹은 사회가 내게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할 것을 강요한다. 정말로 온 세상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연애는 둘째 치고, 결혼만 놓고 보아도 ‘언젠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며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게 만든다.
남은 삶은 어떻게 살아갈지,
어떤 사람과 함께할지,
혹은 그냥 이대로 살아갈지.
나는 어떤 삶을 선택하고 있으며,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2025년 9월 21일. 편도선 절제 수술 D+3일.
집에서 누워 골골대며 몸도 마음도 아직 조금은 어려운 상태에서 작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