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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생각 3

파국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된다

by 요우


누군가의 마음은 종종 망치와도 같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 망치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부수곤 한다.

부숴버린 한 사람의 마음이 멎기도 전에, 그 망치는 또 다른 이에게 휘둘러진다.

망치를 휘두른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서,

부서진 누군가의 마음에선 무언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흘러내린 그 자리에 피어나는 건 아름답지만 붉은 꽃이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가 흘려 피어난 그 꽃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길이 양귀비꽃길임을 모를 것이다.

아름답지만 피처럼 붉고,

저릿한 향기 뒤에 아득한 독이 숨은 길이다.

달콤한 착각 속에서 웃음이 피어나지만,

그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파국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된다.


그것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우연이라도,

세상은 가끔, 그렇게 대신 처리해 줄 때가 있다.


그러니 부디,

그 양귀비꽃길 끝에서,

스스로 피어낸 파국이 아름답길.



2025년 10월 25일 밤. 어떤 인터넷 토막글에 감명받아 작성하다.
2025년 10월 30일 일찍 일어난 아침에 발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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