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된다
누군가의 마음은 종종 망치와도 같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그 망치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부수곤 한다.
부숴버린 한 사람의 마음이 멎기도 전에, 그 망치는 또 다른 이에게 휘둘러진다.
망치를 휘두른 누군가가 떠난 자리에서,
부서진 누군가의 마음에선 무언가 흘러내린다.
그리고 흘러내린 그 자리에 피어나는 건 아름답지만 붉은 꽃이다.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가 흘려 피어난 그 꽃길을 걷는다.
그러나 그 길이 양귀비꽃길임을 모를 것이다.
아름답지만 피처럼 붉고,
저릿한 향기 뒤에 아득한 독이 숨은 길이다.
달콤한 착각 속에서 웃음이 피어나지만,
그 끝은 이미 정해져 있다.
파국은 언제나 아름답게 시작된다.
그것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우연이라도,
세상은 가끔, 그렇게 대신 처리해 줄 때가 있다.
그러니 부디,
그 양귀비꽃길 끝에서,
스스로 피어낸 파국이 아름답길.
2025년 10월 25일 밤. 어떤 인터넷 토막글에 감명받아 작성하다.
2025년 10월 30일 일찍 일어난 아침에 발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