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슬 May 14. 2018

#local_way

오로빌에서 부터인가, 손으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포크레인처럼 검지부터 약지까지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으고 엄지를 받쳐 집게를 만들어 음식을 잡는다. 그리고 입에 가져다 댄 후 엄지 손가락을 미끄러지듯 중지의 끝부분 방향으로 밀어내며 음식이 입안에 쏟아져 안착케 한다. 언제까지만 해도 미개하게 숟가락도 없냐 손으로 먹게,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숟가락이 있었다.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내 접시에 놓고 손으로 집는 거다. 숟가락이 있는데 왜 그렇게 먹어? 인도 사람들한테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맥주도 맥주잔에 따라 마셔야 더 맛있잖아.' 


처음에는 몰랐지만 인도 사람들은 식문화에 있어 미개하지 않다. 식사 전과 후에 손을 깨끗이 씻는다. 모든 인도 레스토랑에 손 씻는 곳이 따로 있고, 없다면 손 씻을 물이라도 가져다주어 깨끗한 손으로 음식을 접할 기회를 준다. 그들에게는 음식이 손에 닿는 촉감도 식감이라 느낄지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미개하지 않다. 어쩌면 누구보다 더 진화된 방법으로 음식을 먹고 있는지도. 이번 여행을 통해 나도 미식가로 진화하나보다. 조금 더 인도와 친해진 기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happ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