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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십일페이지 Sep 03. 2017

동네서점에서만 파는 책, 기획 코멘터리

민음쏜살은 어떻게 동네서점을 명중했나?




동네서점 에디션 코멘터리
'민음쏜살은 어떻게 동네서점을 명중했나' 

민음사에서 동네서점에서만 판매하는 책 이른바 '동네서점 에디션'을 내놓는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재빠르게 움직였다. 이 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한 기록을 누군가는 제대로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명이 둘째요. 아울러 동네서점을 향한 실천적 움직임이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까지 포함해 '민음쏜살x동네서점 코멘터리'를 기획했다.


이번 프로젝트 탄생 비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장은수(편집문화실 대표) 해외 출판 마케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면 온라인 서점의 경우 회원을 가지고 있으니까 알아서 회원에 적합한 이벤트를 만들어요. 특히 아마존은 가격과 큐레이션 두 가지로 독자를 발굴하죠. 거기에 출판사가 추가로 마케팅 비용을 지급하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 출판사가 대형서점에서 마케팅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서점이 제안하고 출판사가 참여하는 구조로 대부분 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출판사가 마케팅을 기획하고 서점에 떠먹여 주는 형태에요. 해외에도 물론 이런 방식의 마케팅을 하긴 하는데 이런 경우 주로 지역서점과 동네서점이 주 타깃이에요. 이유는 출판사가 주력해 홍보하는 책 이외의 것은 독자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지역서점에서 특별한 행사를 열어서 입소문을 만들고 결국 큰 규모의 서점에서까지 팔릴 수 있도록 하는 구조로 돼 있어요.

..... (중략)

해외서점에서 성공한 기획을 우리나라는 온라인 서점에서 똑같이 한다는 것이에요. 가령 '복면X'와 같은 행사는 온라인 서점에서 굳이 할 필요가 없어요. 책을 직접 보고 사는 게 아니잖아요.
....

동네서점을 잘 되게 하려고 기획된 프로그램이 한국에서는 오히려 동네서점을 망하게 하는 도구로 작동될 우려가 있는 거죠.
가뜩이나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은 사은 행사나 적립금 등으로 구매자들을 당기는데 거기에다 특별 기획 상품들도 전부 그들에게 집중되면 결국 동네서점은 여러가지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고,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게 되죠.

...
그러다 이 주제로 김종원 대표랑 이야기하게 됐고요. 
보통 '이런 걸 해보면 어때요?'라고 했을 때
대부분 사람은 잘 움직이지 않거든요.
"필요하긴 한데 제가 하라고요?" 이런 반응이죠.

다행히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김 대표가 응답을 줘서 그럼 진짜 한번 해보자고 기획하게 됐죠.
그 아이디어가 바로 동네서점 에디션을 만들어보는 것이었고요.


이런 제안을 받은 민음사 입장은 어떠했나요?
조아란(민음사 과장) 동네서점이 워낙 많이 생기고 있고, 내부적으로 무언가같이 해볼 수 있는 것이 없을까 늘 이야기 했었거든요. 그런데 동네서점과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딱히 무언가 할 순 없는 상황이었죠. 마침 김종원 대표님이 네트워킹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결정하는 데 전혀 문제는 없었어요. 몇백 부가 팔리더라도 시도해보자 의견이 강했어요.


기획 단계부터 책 출간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김종원 (51페이지 대표) 첫 회의가 5월 11일이었어요. 저와 장 대표님, 조과장님 세 사람이 저희 서점에서 처음 만난 날인데요. 그리고 책이 7월 중순에 나왔으니까 두 달 걸렸네요. 굉장히 빨리 진행된 거죠.






잘 팔리나요? 동네서점 반응은 어떤가요?
장은수 남해의 봄날(통영)이라는 서점엘 다녀왔는데, 책 다 팔리고 없는데 왜 안 보내주느냐고 하더라고요.(웃음)


출판업계 반응은 어떤가요?
장은수 민음사의 움직임이 문학동네를 자극해 그쪽에서 김영하 작가와 함께 동네서점 투어를 만들어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또 동네서점 영업팀을 만든 출판사도 있다고 하고요.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김종원 동네서점에서도 이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게 가장 큰 수확이죠. 레퍼런스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결과적으로 반응까지 좋았기 때문에 좋은 프로젝트들이 더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조아란 출판사 입장도 다르지 않아요. 기획이나 마케팅 모두에서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독자들과 직접 만나는 곳인 동네서점과 협업하는 것만큼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깊게 할 수 있었습니다.

장은수 동네서점을 살리자는 말은 많은데 실제로 출판업계에서 이러한 실천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문제를 환기할 수 있었던 사건이 됐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출판사와 동네서점이 협업할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고요. 덧붙여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독자가 동네서점을 가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독서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지속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려면 출판사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는 마케팅 비용의 75%를 동네서점에서 쓰고 있어요. 우이랑은 완전히 반대인 거죠.

(위 글은 월간 비블리아 33호, 민음쏜살은 어떻게 동네서점을 명중했다. 글-안선정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했습니다.)
http://www.biblia.co.kr








민음사는 대형 서점·온라인 서점에서는 살 수 없고, 독립 서점·동네 서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책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 지난 7월 김승옥의 '무진기행'과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쏜살문고 동네서점 에디션'으로 내면서 눈길을 끌었다.

뜨거운 인기를 끌면서 초판은 이미 매진됐다. 민음사 관계자는 "2종의 책은 각각 3쇄에 들어간 상황으로, 현재까지 총 8000부를 찍었다"고 전했다. 출판 전문가들은 도서 정가제와 독자의 취향·관심사에 맞춰 책을 고르고 추천하는 '큐레이션' 등을 독립 서점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http://v.media.daum.net/v/20170901094714102



그랬던 우리 동네 서점을 요즘 다시 간다. 한 달 전쯤 계산대 한쪽에 자리 잡은 김승옥의 소설 ‘무진기행’ 문고본이 눈길을 끌었다. 한 손안에 쏙 들어오는 판형도 좋았지만, 산뜻한 표지 디자인으로 리모델링된 매무새가 구미를 당겼다. 민음사가 기존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선별해 동네 서점에서만 팔려고 재출간한 ‘쏜살문고 동네 서점 에디션’. 책방 주인은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주문할 수 없는, 우리 동네 서점에만 있는 책”이라고 몇 번이나 자랑을 했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문고본 ‘무진기행’을 사들고 온 그날 이후 나는 동네 서점에 다시 재미를 붙였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책을 또 사게 될까, 야릇한 기대감에.

동네 서점에서만 파는 민음사의 ‘쏜살문고’ 마케팅은 가볍게 성공했다. ‘무진기행’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 등 쉽지 않은 두 권을 한 달 새 3쇄 4000부나 찍었다. 초쇄 2000부로 실험했다는 출판사는 동네 서점 에디션을 계속 내놓을 요량이다. 문학동네도 인기 작가들의 새 소설을 최근 동네 서점에서 예약판매했다. 동네 서점을 살리자면서 정작 인터넷이나 대형 서점 중심으로 출판 마케팅을 했던 데 대한 자성이기도 하다. http://v.media.daum.net/v/20170824033813183






동네서점 51페이지

http://instagram.com/51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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