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와 추억
내가 처음으로 들어간 신축 건물이었다.
건물주는 우리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셨고, 건물주란 단어가 주는 이미지가 있는데~
딱 그 느낌 그대로 첫인상은 깐깐해 보였다.
건물은 아들 이름으로 해서 월세는 아들 통장으로 매달 넣었다. (부러웠음.....)
아들은 나보다 1살 어렸고, 손주도 내 딸보다 1살 어렸다.
처음 건물주 아주머니와 인사 나누던 날이 생각난다.
상당히 깐깐한 스타일이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워낙 깔끔하시고 처음 지은 건물이라 애정이 많았다.
음식점 같은 건 절대 1.2층에 받기 싫어 계속 기다렸는데 마침 서점이라니 좋아하셨다.
(근데 서점이 요즘 장사가 가능한가? 월세 밀릴까 봐 걱정하는 눈치셨지만 밀린 적은 없었다.)
손자 나이도 우리 딸과 비슷해서 종종 출가한 아들이 집에 놀러 오면 (서점은 2층, 건물주는 4층)
가끔 손자 선물주라고 아이들 보기 좋은 책 선물드리기도 했다. 돈으로 따지면 작지만 자기 손자 선물 챙겨주는데 싫어할 사람 없다.
그리고 종종 서점에 새로운 원두 들어오면 커피도 먼저 만들어서 가져다 드리고, 디저트도 챙겨드리기도 했다.
종종 빵 맛있었다고 추억 이야기를 하신 게 기억나, 마침 남해의 봄날 출판사에서 성심당 이야기를 다룬 책이 나왔을 땐, 하나 선물로 드렸는데 아주 좋아하셨다. (역시 책 선물!)
그렇게 조금씩 가까워지고 나니, 나중엔 도시락도 주시고 과일, 반찬도 주시고~ 평소 아들처럼 챙겨주셨다.
여행으로 집을 오래 비울 경우 건물도 나한테 맡기고 가시곤 했다.
동네에 서점 자랑도 많이 해주시고, 그렇게 깔끔하던 분이 오히려 건물에 간판 더 달아야 하는 거 아니냐, 1층 입구에 현수막이나 배너 좀 더 빵빵하게 걸어라.. 는 식으로 늘 서점을 챙겨주셨다.
서점 넘기고 나갈 때도 작은 선물 사서 드리고, 건물주 집에서 차마시며 오래 이야기 나눴다.
아 그리고 서점 운영할 때 장인어른이 돌아가셨는데, 그때도 같이 슬퍼해주시면서 따로 조의금을 챙겨주시기도 했다.
기억해보니 우리 부모님한테나 좀 이렇게 잘해야 하는데.. 엄한 곳에서 효도를 한 것 같다 ㅎㅎ;;;
뉴스에선 연일 건물주 vs 자영업자 대결 뉴스만 나오는데, 난 운이 좋았던 거 같다.
어떤 건물주(사람)를 만나느냐도 중요하지만, 역시 모든 상황은 내 마음가짐, 내가 하기 나름인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