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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예슬 Feb 16. 2022

도시 길고양이의 삶


지난 12월 경부터 우리 아파트 단지를 배회하며 앙칼지게 울어대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 덩치로 보아 아직 태어난지 1년이 채 안 된 아기인 것 같고 암컷으로 추정된다. 몇몇 동네 사람들과 아이들이 고양이를 예뻐해주고 먹을 것도 챙겨줘서인지 사회성도 좋고 사람을 참 좋아한다. 나한테도 몇 차례 무릎 위로 올라오거나 품에 안겨 골골송을 들려 주었다.


어제도 이 아이를 놀이터에서 만났다. 품에 안겨 편안한 듯 눈을 감고 내 손길을 잠자코 받던 아이는 추웠는지 그 작은 몸을 오들오들 떨어대고 재채기도 했다. 그리고 어젯밤 이 아이가 울면서 자꾸 따라와서 품에 안아 집에 데려오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도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다. 이 아이의 꿈을 간혹 꾼다.


우리 집엔 도저히 데려올 수 없는 상황이라 이 아이를 마주친 날이면 며칠이 우울하다. 바깥에서 비나 눈이 내리면, 혹 바람 소리만 들려와도 이 아이가 안쓰러워 눈물이 나고 자꾸 슬프다. 숱한 길냥이들 중 하나일 뿐인데, 어찌보면 이 아이 보다 훨씬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 동식물 및 사람들이 많은데. 쉽게 지나칠 수 있던 세상 모든 것들이, 한 순간 약간의 온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 되곤 한다.


집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절반 정도라고 한다. 특히나 서울에 사는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3년 가량이다. 이 도시는 참 생명들에게 가혹하다. 인간은 무얼 위해 존재하는걸까. 그냥 다 밉고 슬픈 현실이다. 어제는 달을 보며 이 아이의 삶이 그래도 평탄하고 고통 없는 삶이기를 빌었다. 인간들은 어쨌든.. 아무리 힘들어도 잘 살거니까. 말 못하는 생명체들에게도 더 따뜻하고 평안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

혹시 길고양이 케어를 해보신 적 있는 분 계시다면, 이 아이를 위해 그냥 한 번씩 밥이랑 물 주는 거 말고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려요- 예를 들면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 집이랑 급식소 설치 제안이 가능한지, 혹은 안락사 시키지 않고 편안한 환경에서 임보했다가 좋은 입양처 구해줄 수 있는 길고양이 및 유기묘 보호 센터가 있는지 등등 실제 사례 및 정보가 있으시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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