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집이 없다.
아내의 꿈 찾아주고 백수 되고픈 남편의 기획 노트입니다. 아꼼은 아내의 애칭입니다
우리 가족은 집이 없다. 정확히 말하면, 나와 아꼼 그리고 아들 은우의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집이 없다. 집을 짓기 위해, 우리는 주말부부를 선택해야만 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할 수 있다는... 그 주말부부. 아꼼과 은우는 처갓집으로, 나는 회사 근처로.
주말부부를 하게 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지인들은 우리를 미니 기러기라 부르고 나도 유쾌하게 표현하고 싶어 그렇게 말하곤 한다.
우리는 주말부부의 나쁜 점보다, 좋은 점들을 많이 이야기하며 집 짓기를 준비하였다. 아꼼은 일이 있을 때, 은우를 돌봐줄 부모님이 가까이 계신 점을 좋아했다. 나는 출퇴근의 피곤함을 느끼지 않아서 좋다. 은우와 대화가 되지 않을 때 결정한 일이라 아들에게 좋은 점은 듣지 못한 채 내린 결정이었다. 그 당시엔 아빠보다는 엄마를 더 찾는 시기이기도 했다.
은우가 1살 많은 조카를 잘 따라서, 주말이면 형 가족과 자주 만난다. 만나서 영화도 보고, 키즈 카페도 가고 맛있는 식사도 함께 한다. 4개월 전쯤이었을까? 그때 은우는 4살이었다. 신나게 놀고 처갓집에 가야 할 시각이었다. 자동차 시동을 걸고 은우에게 말했다.
은우, 이제 집에 갈까?
할머니 집?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나오려는 눈물을 막으려고 나는 말없이 운전만 했다. 그날 저녁, 아꼼에게 말했더니 나와 같았단다. 우연히 알게 된 아들의 마음. 우리는 미안하고 고마웠다. 아직 어려서, 집에 대한 개념이 없을 줄 알았다. 엄마랑 함께 있는 곳이라면, 자기 집이라 생각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집이 없다는 걸 알면서, 주눅 들지 않고 항상 밝게 웃어주는 은우가 고마웠다.
바보 같지만 궁금하다. 주말부부를 고민할 시기에 은우가 말을 했다면, 대화가 되었다면.. 어땠을까? 우리의 계획에 동의했을까?
최근에서야 입주 날자가 정해졌다. 잠들기 전, 은우에게 이 말을 해준다.
물놀이하는 여름이 되면,
은우 놀이방이랑 마당이 있는 은우 집에서 살 거야.
뛰고 싶을 때 마음껏 뛸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