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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Kim Apr 17. 2024

31살, 커리어, 퇴사

얼마 전 퇴사를 한 뒤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흔한 에피소드지만 속사정은 조금 복잡했다. 눈 떠보니 30대가 되어있는 상황에 커리어와 결혼에 관한 고민을 하며 속앓이를 지독하게 했었다.


사회적 통념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어디까지나 내적 욕구일 뿐, 30대들은 사회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중요하다고 말하는 30대가 타인의 시선을 강하게 의식하거나, 때로는 그 기준에 자신의 삶을 맞추게 된다는 것은 일면 모순적이다.
- 불안한 어른, 스리체어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나이에 맞는 업적을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었다. 더 멋진 커리어를 쌓고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싶다는 나름의 목표가 뚜렷했던 것 같다. 어쩌면 FOMO에 시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인생의 과업들을 해치우며 잘 살아가고 있는데 내가 발맞추어 가고 있는지를 의심했다. 


그렇게 끙끙 앓기만 하다가 시원하게 퇴사를 했다. 끝없는 숙제를 해나가는게 지겨웠다. 나를 뽑아주지도 않는 회사들과 컨택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무한히 수정하고, 링크드인 아티클을 올리며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를 증명하는 과정에 질렸었다. 주말에 쉴 때에도 ‘생산성 있는 쉼’을 통해 그럴 듯한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기억이 난다.


결국 수없는 고민 끝에 약간의 공백이 필요하겠다는 결론을 냈다. 지금이 아니면 제대로 된 휴식과 진짜 공부를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억지 노력을 한다고 커리어나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 같다. 나 자신을 꽉꽉 쥐어짜내서 결과를 낼 수는 없는 영역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아직 이 공백기 플래닝을 다 마치지 못했으나, 당분간은 충분한 인풋을 쌓는 시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새로운 공간에 가도 좋고, 책을 마음껏 읽어도 좋으니 진정한 성장을 위한 양질의 경험을 여유롭게 축적하고 싶다. 그간 착취해온 나 자신에게 이제는 채찍 대신 맛있는 당근을 실컷 먹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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