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제 창작의 고통을 곁들인.
애플, 뉴진스, 토스... 직관적이면서도 멋지게 들리는 브랜드의 이름들이 참 많습니다. 들었을 때 뭔가 느낌을 알 것만 같은 동시에 일단 괜찮은 이미지가 스멀스멀 떠오른달까요. 익숙한 상표명들을 떠올려보면 내 브랜드의 이름도 금방 지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라, 이거 영 쉽지가 않습니다. 제가 계속 실무 사례로 들고 있는 DEEPI의 경우에도 네이밍에만 무려 한 달을 들였습니다.
이름을 지으며 어려웠던 부분 중 하나는 유독 팀원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입니다. 개개인이 단어에서 떠올리는 이미지부터 취향까지 모두 다르니 배가 산으로 가기 일쑤였죠. 답답한 마음을 안고 리서치를 해보니 역시나 네이밍에도 최소한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많이 도움이 되었던 한 아티클의 내용을 공유해볼게요.
1. 네이밍의 3요소
네이밍은 의미(의도한 뜻), 발음(소리), 외형(글자의 모양)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3가지 요소가 모두 균형 있게 제 역할을 해야 좋은 이름을 만들 수 있어요.
2. 발음에 대한 보편적 연상 존재
이름을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게 되는 공통적인 이미지가 있습니다. 카스와 하이트 중 맥주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 이름은 카스일 겁니다. 왠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마시고 ‘크~’ 소리를 내는 장면이 연상되지 않나요? 키읔이 주는 강하고 청량한 이미지가 맥주에 어울릴 법한 인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3. 외형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
자동차 브랜드 아슬란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안정감을 주는 이름을 썼습니다. 마지막 글자에 받침 ‘ㄴ’을 활용함으로써 좀 더 단단하고 견고한 느낌을 주었죠. 벤츠, 도요타 등 받침이 없는 타 브랜드 이름과는 확연히 다른 인상을 줍니다.
위의 개념들을 알고나니 훨씬 논리적으로 팀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을 뿐더러 보다 체계적으로 네이밍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우리만의 네이밍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정해주어 판단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주었습니다.
- 발음하고 읽기에 쉬운가
- 짧고 간결한가
- 동일 사업 분야 내 유사한 이름이 없는가
- 상표 자체가 강력한 타 서비스 이름과 비슷하지 않은가
- 의미가 브랜드 전략에 잘 어우러지는가
- SEO 상단 노출에 유리한가
- 발음이 ‘K-Pop 브랜드’스러운가(*팬시함, 트렌디함, 화려함, 에너제틱함이 있는가)
- 외형이 ‘K-Pop 브랜드’스러운가
- 유니크한가
기준까지 정해준 뒤 드디어 아이디에이션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제가 썼던 방법은 사전과 챗GPT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었는데요, 간략한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드에서 다루는 중요한 키워드 작성
- 키워드를 사전에 검색해보며 유의어나 반의어 찾아보기
- 챗GPT에게 아이디에이션 시켜보며 힌트 얻고 1,2의 과정 반복하기
위 과정을 통해 꽤 많은 후보군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후보를 추려낼 때 슬로건과 간단한 매니페스토도 함께 써주면 최종 후보를 정할 때 도움이 됩니다. 이름만 멋지고 스토리를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를 걸러낼 수 있거든요.
아이디에이션을 몇 차례 반복하다보면 그럴싸한 이름들이 꽤 나옵니다. 이 때 재빨리 이름들을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쓸 만한 게 없어지는 마법을 경험하게 됩니다(흑흑) 저는 구글과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며 SEO까지 체크를 해보았는데요, 아래의 조건들을 비교해보며 후보들을 걸러냈습니다.
1. 검색 결과 개수: 너무 많으면 흔한 이름일테니 좋지 않고, 너무 적어도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개수에 따른 장단점을 비교해보며 내 이름만의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하겠죠.
2. 연관 키워드: 관련된 키워드로 나오는 검색어와 이미지들을 함께 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해당 검색어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인식이 우리 브랜드의 이름과 관련이 있을테니까요. 블랙키위나 네이버 광고 도구 등에서 검색어를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3. 동일 서비스명: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항목일 수 있겠네요. 아무리 좋은 이름이라도 너무 강력한 동일 상표가 있다면 다른 분야라도 이기기가 힘들겠죠.
특히 DEEPI의 경우 후보로 거론되었던 CREWZ라는 이름도 있었는데요, 저의 우려로 인해 채택되지 못했습니다. 국문으로 검색할 경우 ‘크루즈’로 표기함에 따라 대형 선박의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으며, 이 상황이 세련된 냄새를 풍겨야 하는 K-Pop 브랜드에는 좋지 않다고 판단했거든요. 이렇듯 영국문 표기 및 함께 검색되는 단어와 이미지들을 모두 체크해주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위 과정을 통해 원하는 이름을 얻으셨나요?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단계만 남았습니다.
1. Urban Dictionary 확인
영문 이름을 고려 중이라면 어반 딕셔너리와 같은 사이트를 통해 원어민들의 인식을 조사해주세요. 단어마다 사전적 의미와 실제 통용되는 의미가 다른 경우가 많은 경우를 잘 잡아내주는 곳입니다. 해외 출신 지인들에게 열심히 물어보는 방법도 좋습니다.
2. 도메인 체크
온라인 브랜드라면 꼭 필요한 부분이겠죠. Namecheap같은 사이트에서 내 브랜드명을 그대로 도메인으로 쓸 수 있는지 체크해주세요. 참고로 .com으로 끝나는 도메인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가장 공신력 있는 이름이라고 했는데 그 이유는 가물가물합니다) .com을 이미 누가 사용 중이라면 ~shop.com, team~.com 등을 쓰는 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창작의 고통은 컸지만 네이밍 관련 리서치를 참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느낌적 느낌으로만 이름을 지어왔던 제게 네이밍 법칙들은 신세계나 마찬가지였거든요.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이름을 지으시길 바라며 정보를 공유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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