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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생과 사, 삶과 죽음

by 향기녀

37세가 되는 내 생일 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살 더 먹은 것을 축하한다며 하하호호 회사 팀원들과 점심 밥을 먹고 돌아와 자리에 앉았는데, 아빠로 부터 날아온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부고 소식. 못난 손녀는 저녁에 예약해둔 프렌치 레스토랑이 생각이 먼저 났고 눈에 밟혔고, 남편에게도 황급히 소식을 알렸다.


그렇게 갑작스러운 소식에 삼삼오오 모여 육개장을 나누어 먹게 된 가족들. 평생 뜨거운 음식과 매운음식을 좋아하시던 할머니는 식도암으로 돌아가셨다. 지난 겨울 내 결혼식을 올릴 때 오빠와 인사를 갔을때도 목이 아파서 저녁 먹기는 힘들겠다고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문득 그 생각이 나 이미 그때 부터 아프셨구나 하는 마음에 놀람과 함께 눈물이 흘렀다. 이미 많이 아프셨었구나 우리 할머니. 그것도 모르고 시골에 내려간 우리랑 밥한끼 먹는게 힘든가 하고 서운해 하는 철없는 손녀였다니. 오랜만에 모두 모인 가족들은 옛날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눴다. 울다 웃다가 울다가 웃다가 또 울다가 웃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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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롤러코스터라더니.

하루에 이렇게 많은 희노애락이 요동칠 수가 있단 말인가. 긴긴 장례식을 마치며 마지막으로 할머니 집을 함께 돌고 동네를 돌아보고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장지로 떠났다. 장지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회사로부터 차장으로 진급을 했다는 축하한다는 전화를 받게되었다. 이 슬픈 장례식에 다들 울고있는 상황에 무슨일이람. 기쁜데 기쁘지도 못하고 이상한 기분이 드는데. 기쁨이 온전한 기쁨이 되지 못하는 날.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고모가 한 마디 거들었다


"할머니 선물 니가 1번으로 받았네. 할머니가 많이 이뻐하셨나보다. 축하해"

내 생일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또 장례식을 마치며 진급이라는 큰 선물을 안겨주시고 그렇게 떠나셨다.


나이가 들어도 매년 생일마다 항상 들뜨고 기쁘고 설레였는데, 이제는 여러 마음이 공존할것 같다. 떠나간 할머니에 대한 생각. 아련하고 아득한 마음. 약간의 들뜸보다는 되돌아보고 차분해지는 겸허한 생일. 그렇게 내 생일은 할머니 장례식 날이 되었다. 어떤 날은 누군가에겐 생명의 탄생일이고, 어떤 날은 누군가에겐 생과 이별하는 날이다. 생과 사. 삶과 죽음. 생일 앞에서 앞으로 다가올 내 생일은 나는 또 어떤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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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떠나시고 몇 달 뒤 우리 집에는 또 다른 두번째 선물이 왔다. 바로 친언니의 아이 출산. 가족에게는 더 큰 축복인 큰 탄생이었다. 건강하게 나온 아기를 할머니가 보셨으면 또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함께.


생이 있고 사가 있고. 삶은 계속된다. 삶은 흐른다. 계속 발생되는 일들이 모두 할머니의 축하라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좋을까.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하며 살겠습니다.












[사진출처: pexels - RDNE Stock project, Ami Suhz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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