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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기녀 Oct 22. 2023

눈에 뵈는게 없어요

눈을 감으면 말이죠 

어릴 적 부터 몸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한 존경, 춤추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이 있다. 그중에서도 비보이 크루나 힙합도 좋아했지만 댄싱나인 현대무용수 월드클래스 최수진 아티스트를 참으로 좋아했다. 댄싱나인2의 우승자이자 현대무용 발레 어떠한 장르도 그만의 스타일로 씹어내어 다시 재탄생했다. 그렇게 스크린을 통해 영상을 반복하며 보기를 덕질을 하기를 수차례. 우아하면서 부드럽고 절도있고 흐름이 없고 막힘이 없고 자연스럽게. 그의 움직임은 물같다. 보는 내내 감탄을 하게 되었는데 



최수진 댄서에게 반하게 되었던 바로 그 장면, 남편 하휘동님은 이 장면을 보고 우주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출처: Mnet 댄싱나인2 최수진] 

 



그렇게 오매불방하던 최수진 아티스트와 알현하게되는 기회가 있었으니. 때는 무려 바야흐로 2015년, 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되면 그를 꼭 눈앞에서?보고 싶다는 강렬한 생각을 하게되어 클래스나 콘서트장에 꼭 찾아가서 직접 그 에너지를 느끼는 것을 좋아하는데. 너무나도 운이 좋게도 최수진님이 직접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댄스 클래스에 당첨이 되었다. 그때 시절을 생각하면 소리를 얼마나 지르고 좋아했었던지 모른다. 


삼삼오오 모인 일반인들. 실질적으로 댄스 클래스 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날 어떤 동작을 계속 반복적으로 연습을해서 마스터를 한다는 개념보다는 실질적으로 몸을 어떻게 쓰고, 춤으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대해서. 현대 무용을 몸을 느끼고 체감하는 수업이었다. 그렇게 00을 몸으로 표현해보세요 라던가. 다소 추상적이면서도 어려운 춤수업이 계속되었는데. 나는 정말이지 평소 막춤은 잘 흔들어대지만 그런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뭔가 춤춘다는것이 그렇게 어색하고 낯뜨거울 수 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이지 놀랍게도 나처럼 춤에 춤과는 관련이 없는 춤에 관련된 춤을 잘추는 사람이 보기 드물었다. 


민망해 하는 일반인들을 위해서  그 당시 수진님은 놀라운 제안을 한다.

최수진님 "눈을 감고 춤을 춰볼게요."

일동: ................. 


[사진출처: pexels -Gaspar Zaldo]


그렇게 눈 감고 춤추기가 시작되었다. 방금 그렇게나 어색해 하면서 쭈뼛거렸던 사람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마음 껏 뛰고. 마음껏 팔을 펼쳐내고.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음 껏 몸을 움직여 내었다.  


그렇게 내 차례. 눈을 감았을 뿐인데, 눈에 뵈는게 없어지자. 정말로 용감해졌다. 정말로 다른 사람이 되었다.

눈을 감았더니 세계와 단절이되고. 신경쓸게 없어졌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눈만 감았을 뿐인데, 무서운게 없어지고 부끄러울 이유도 없어졌다. 현대 무용인지 뭔지 장르도 모르겠는 막춤을 자유롭게 췄다. 기분은 마치 내가 어떤 행위 예술가?가 된 것 같았다. 모인 사람들 중에 킥킥대며 웃는 사람들 소리도 들렸지만 그냥 내 맘대로 하니깐 재미있었다. 부끄러움도 없었다.


최수진님: 춤은 그렇게 움직이는거에요~ 내 몸으로 마음 껏. 재밌죠?

일동: 박수갈채 


무려 8년이 지난 추억이지만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면 잠깐 눈을 감았다 뜨는 나만의 의식이 생겼다. 어떠한 일로라도 수진님을 살아 생전에 한 번 쯔음 또 뵙고 그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또 생기기를 바라며. 


눈을 감으면 눈에 뵈는게 없어집니다. 

용기가 필요할 땐 

눈을 질끈 감아보세요 

눈에 뵈는게 없어집니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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