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일주일 남았다.
모든 과목을 한 번씩 정리를 하고 있다.
오늘 마지막 과목인 중개사법을 보고 있다.
내일 일요일이 되면 최종적으로 전과목을 훑어볼 예정이다.
이제부터는 매일 전과목을 끌고 가듯 살펴야 한다.
마지막 한 주중 초반은 역시 1차과목을 집중해서 격파하고
중후반부터는 1차과목을 거듭 보면서 암기덩어리인 2차과목들을 훑어갈 예정이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다급해지는 마음은 예전보다 덜 해졌다.
그만큼 공부한 덕분도 있겠지만, 다가오는 시간을 거스를수도 없거니와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와중이라면 더 할 것이 없어서다.
또한 시험이 젊은 친구들이 보는 수능같은 상대평가가 아니기 때문에,
다시 말해 과목당 평균 60점이상이면 합격선에 들기 때문에
최고득점에 연연하는 바보같은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시험이 다가올수록 크나큰 안도가 되고 있다.
주의할 점은 시험 당일의 컨디션과 그 날 시험지를 푸는 테크닉과 디테일을
어떻게 끌고 가는가 하는 점이 더 중점이 되고 있다.
시험 시간 체크를 위해 수능시계를 샀다.
내가 쓴 뒤에는 아들 녀석이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카시오CASIO 시계로 샀다.
시계를 받고 보니 예전 대학입학 시험때가 생각이 났다.
시험을 보러 대학으로 가는 (1989년 대입은 대학지원을 먼저하고
시험을 그 대학에 가서 치르는 방식이었다) 지하철 안 이었다.
한 문제라도 놓칠세라 암기노트를 꺼내들고 있었지만 초조함에
글자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멍하니 노트에 넋을 놓고 있을 때
어머니가 내게 "이걸 읽어보렴" 하며 신문 기사를 건넸다.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오늘의 운수>을 지목했다.
"오늘은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루는 길일" 이라고 써 있었다.
등허리가 뜨뜻해지는 기분.
호옷~ 하며 절로 허리가 펴졌다.
'내가 공부한 문제만 나와라'라는
기분으로 교실까지 뚜벅뚜벅 걸어간 기억.
어머니의 응원 덕분에 대학에 합격했을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어머니가 고백해 줬는데,
건너편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을 보니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꼴' 같았다고.
귀에는 '불합격'이라는 태그가 붙어 있는....
그래서 기운을 내게 하려고 <오늘의 운수>를 뒤졌더니 내 운세는 완전히 '꽝!'이더란다.
급한 마음에 운수가 가장 좋은 글귀를 찾아 손가락으로 내 띠를 가리고
남의 띠 글귀를 보여줬다고 했다.
어머니, 아니 엄마의 하얀 거짓말이 나를 대학으로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카시오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생각났고,
엄마의 하얀 거짓말 이 다시 필요해졌다.
아니, 아무 말 안하더라도 단 1분이라도 당신을 볼 수 있다면
100점도 맞을 것 같다.
시험이 다가오니 내가 조금씩 미쳐가는 것 같다. -Richbo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