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많은 것과 시험 점수가 높은 것은 다른 문제다.
또 공부를 잘 하는 것과 시험에 합격하는 것 또한 다른 문제다. 이들의 공통점은 공부와 시험점수는 100 퍼센트 인과관계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수험생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시험을 보면 꼭 한두 개 정도를 틀리는 사람이 있다. 죽어라고 열심히 외워서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시험지를 보니 온통 백지로 보이거나 갑자기 배탈이 나서 시험을 망치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평소에는 놀망졸망 하며 건들거리던 학생인데 시험을 보기만 하면 만점을 받는 사람이 있다. 그런 본인이야 해피하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는 미치고 팔짝 뛰고픈 심정이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길래 얼마 하지도 않고 맨날 만점을 맞는 것일까?
두 가지로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너희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나는 똥쭐타게 열심히 한다'는 것. 마치 겉보기에 우아하고 평온한 호수가의 백조가 실은 겁나게 발버둥을 치고 있더라는 것처럼, 나머지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밤을 새워 공부를 하고, 수험서를 씹어먹을 정도로 열심히 한다는 것. 뭐, 시험을 봤다 하면 만점을 받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중간고사를 마치는 날(이 날은 주로 금요일이다)과 다음날인 주말만 쉬고 다음주가 되면 '기말고사 준비'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두 번째는 '시험을 기술적으로 치른다'는 것이다.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험도 잘 봐야 한다고들 강조한다. 우리가 죽어라고 열심히 공부를 하는 이유는 결국 시험을 잘 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던가. 이 말은 뒤집어서 말하면 '시험을 잘 치러서 높은 점수를 받기만 할 수 있다면, 그토록 죽어라고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좀 더 들어가 보면 시험 평균 80점을 맞는 학생을 문제 속 답을 찾기 위해 혼신을 다하는데 평균 98점 이상을 받는 친구들은 문제를 읽기 전 선지(보기 1~5번까지를 말한다)를 먼저 훑어보고 문제를 먼저 예측하거나, 시험이 시작되기 전 1번부터 순서대로 푸는 것이 아니라, 시험지를 받자마자 1~2분 동안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당장 풀 수 있는 쉬운 문제들만 먼저 풀고 남는 시간을 헛갈리거나 어려운 문제를 푸는데 쏟아부어서 자칫 문제를 순서대로 풀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채 풀지 못한 쉬운 문제를 읽어보지도 못하고 '찍기'를 하는 불상사를 없애더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거나 만점을 받는 친구들은 '시험을 기술적으로 치른다'. 즉, '시험험을 잘 치르는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손의찬(유튜버 - 메디소드)의 <외우지 않는 공부법>는 그러한 '시험을 잘 치르는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는 이 공부법을 통해 재수를 해서 일류대 의대를 합격할 수 있었고, 현재 재학 중인데 수백명의 수재들 가운데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는 '모든 시험을 뚫는 합격 필승 공식'이다.
최근 유튜브가 활성화 되면서 이른바 '공부 크리에이터'들이 활약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이른바 '탑을 찍고', 명문대를 나와 의사, 변호사, 판검사 등 '사(士)짜 달린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이 스크린에 나와 '나의 공부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진위와 효과를 떠나 학업 성적을 높이고자 하는 구독자들의 높은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인 손의찬도 이에 속한 유튜버인데, 약간 차별점이 있다. 그는 공부는 잘 했지만 공부법, 즉 시험을 잘 보는 기술이 부족해 대학에 떨어졌다. 이후 재수를 하면서 '공부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자 마침내 명문대 의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상에 내로라하는 공부법이란 내용들을 죄다 섭렵한 뒤 가장 기본이 도면서도 정수가 되는 내용들을 종합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완성시켰다. 그는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공부법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부법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진다. 하지만 이 책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책이다. 어떤 시험을 준비하든,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 변하지 않는 공부의 원리가 있다. 나는 그것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발견했대. 공부법을 모조리 나열해놓고 깊이 들여다 보면, 누구나 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 믿는다. 내가 운 좋게 먼저 발견한 그 원리가 무엇인지, 어떻게 실제 공부에 연결되는지 이 책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저자는 자신만의 공부법을 제시하면서 그에 다다르는 세 가지 원리를 소개한다. 목적감각과 순서감각 그리고 능동감각이다. 목적감각은 목표만을 정조준하는 태도를 길러주고, 순서감각은 합격의 취단 루트를 찾는 비결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눈으로만 공부하는 게 아니라 뇌로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능동감각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세 가지 감각을 키우면 그 누구라도 시험을 잘 치룰 수 있게 되는데, 보다 더 높은 점수를 위한 '공부의 기술'들은 이를 더 확고하게 도와준다고 말한다.
나는 저자의 존재를 이 책이 나오기 전인 지난 해에 알았다. 하루 종일 '인강'만을 듣고 '중개사 공부를 했다'고 생각하며 설렁설렁 공부하다가 고배를 마신 후, '공부를 더 해야 해, 말아야 해' 고민하다가 '제로(0, ZERO)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결심하고, 시험을 잘 치르는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메디소드'를 만났면서 그를 알게 되었다. 그 후 메디소드에서 판매중인 전자책을 죄다 구입하고 섭렵한 후 '다시 시험을 치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고, 저자가 일러주는 공부법, 특히 자격증을 위한 국가고시에서 합격하는 공부법에 많은 도움을 받아 올해 '부동산 공인중개사 1차 합격'을 할 수 있었다.
곧 다시 시작할 '공인중개사 2차 시험' 준비 역시 그의 전자책과 이 책의 도움을 받을 요량으로 다시 한 번 읽었는데, 이 책의 후반부에 해당하는 제 5장 정답감각을 높이는 '초효율 기출 - 교재 정리법' 부분이 유익했다. 특히 '기본서를 보는 순서'와 '기출문제를 보는 순서'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앞으로의 공부 방향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공부법에 관한 책을 꼭 읽어야겠다는 것이었다. 무슨 시험이든 시간적 제약이 있기 마련인데, 굳이 시행착오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은 후 결국 좋은 결과를 얻은 사람으로부터의 조언과 충고, 그리고 다양한 솔루션을 얻어낼 수 있다면 달리는 말에 달개를 다는 격이 되지 않을까.
그 점에서 시험지에 답을 적는 경험을 한 지 30년이 훌쩍 넘은 내가 '자격증 준비'라는 것을 하면서 내게 이런 저런 충고와 어드바이스를 해 준 책이 이 책이었다. 초등 6학년인 내 아이가 고등학교를 들어갈 때가 되면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중학교 때 까지는 공부에 있어 제가 겪어야 할 나름의 시행착오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험은 힘들고 어렵다. 절대적이면서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수험의 어려움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나를 세우고, 수험기간 동안 보다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면 '해볼만 한 게임'이 될 수 있단 뜻이다. 이 책 <외우지 않는 공부법>은 그런 상황에 있는 친구들에게 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읽고 나면 친구들의 간절함은 줄어들고 그 만큼 자신감이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