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의 부재,
어느 순간부터 시나브로 게을러졌다.
그렇게 애타게 글쓰기를 갈구하던 나는 스르르 소멸해버렸다.
글쓰는 행위는 나란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받는 것이었는데, 자연스레 굴레를 퉝겨져 나오게 되었다.
여러 이유가 있다.
궤도를 까탈스럽게 이탈하듯 물고 가던 불안정한 삶이 어느 정도 원심력과 구심력의 균형을 들썩들썩 맞춰가고 있고 예기치 않은 챗 gpt의 등장도 제법 큰 영향을 미쳤다.
매우 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다소 자유롭지 않은 삶은 어쩌면 한결 같다. 망상과 현실, 희망과 속박의 끊임없는 줄다리기는 아직 몇년은 더 나를 터덜터덜 채근한다. 그럴 것이다.
마치 계산기의 사용으로 주판이 사라지고 암산 능력이 쇠퇴하였듯이 챗 gpt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사소하게 뽐내며 싸지르던 이메일마저 생각조차 하기 싫어 gpt에게 답을 강요하고 있다.
세상과 차단된 비행기에 올라타서아 겨우 이런 글을 써내겠다고 어영부영 머리를 빠듯이 짜내는 걸 내 모습을 보면, 글의 영감을 얻어내기 위해 부리나케 산책길을 나서고 자전거를 타던 과거의 내게 사소한 미소가 지어진다.
무욕의 시대가 구슬피 사라지고, 언제 또 욕망에 메말라 글을 쓰고 싶을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근데, 내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치만, 내가 쓴 글임을 몰랐으면 좋겠다.
그저, 참 좋은 글이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더 글을 못 쓰는지도.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