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백수, 수습, 사원을 거쳐 면접관이 되기까지
도망가자 어디로든 브런치 북을 좋아해 주신 분들께는 죄송하게도, 코로나 시대에 입사한 새로운 회사에 적응을 하고 다시 글을 쓸 힘을 낼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글로부터 무려 300일이 넘게 흘렀다. 온라인으로 온보딩을 하고 회사에는 한 달에 한두 번 가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조금 적응할 쯤에 온라인으로 단단히 의지하던 팀장님과 팀의 주축이던 동료가 동시에 퇴사를 했고, 그 두 명분의 업무의 70%를 내가 가져오게 되었다. 그렇게 회사에 적응하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2020년 8월에 입사하여 수습이 통과되는 11월까지는 혹여나 탈락이 될까 마음을 한참이나 졸여야 했고, 연봉협상을 하는 2021년 초까지 나의 성과는 없는 것과 다름없었다. "나나님은 경력직으로 오셨는데 기대보다 실망이네요"라는 말을 1:1 리뷰에서 듣기도 했다. 그 말에 상처를 받았냐고 묻는다면, 신경은 쓰였지만 나도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었고, 정규직으로 월급을 받는 한, 내 발로 나가지 않는 한 잘리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뻤고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었다. 8개월 간의 백수생활이, 수십 번의 이력서 제출과 면접이, 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에 감사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2021년 한 해는 과도한 인수인계 업무를 소화하고, 회사에 적응하고, 코로나로 안 좋은 외부 상황에도 불구하고 밥값만큼의 성과는 만들어낸 한 해였다. '실망'한 상사에게 '칭찬'을 들었고 거기에 더해 이젠 상사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말을 듣는 한 해가 되어 뿌듯했다. 그동안 작은 규모의 기업만 다녀서 설날, 추석 소고기 세트만 받았었는데, 이번엔 성과급이라는 것도 받아봤다. 치료 중에 치료는 역시 금융 치료라는 걸 알게 되었다.
2022년은 더 잘해보자 마음을 먹었는데, 1분기까지는 마음처럼 잘 되지는 않았다. 내 일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 상황에서 올해는 또 다른 스킬을 키워야 하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바로 '채용'이다. 채용공고에 지원만 해봤지, 이렇게 빨리 누군가를 뽑게 되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지금 회사에 온지는 이제 2년을 향해 가고 있고, 그동안 정규직으로 일한 기간만 보면 만 4년이 갓 넘었는데, 내가 면접관이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갑자기 뚱딴지처럼 면접관이 된 날의 에피소드는 이러했다:
어느 날 갑자기 상사가 다가와, 우리 팀의 A 직무 1차 면접 때 나나님이 같이 들어갈 거라고 말을 해주며 캘린더를 날렸다. 다른 사람들을 보면 때때로 인사팀에서 면접관 교육 같은 것도 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그냥 면접에 들어오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처음 들어가면 듣기만 해도 된다고 해서, 가볍게 몇 가지 질문만 간단히 준비했는데, 이게 웬 걸, 내가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 와서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 면접 전에 브런치, 퍼블리 등에서 면접 관련 글을 열심히 읽긴 했는데, 면접 들어가기 전에 이력서/자소서만 보고 질문을 준비하고 면접에 들어가서 질문을 한다는 게 참 어려웠다.
요즘 별다른 경험 없이 면접관으로 들어가다 보니 고민이 많이 생겼고, 이따금씩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을 다잡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또, 그동안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은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고, 내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드리고 싶었다. 나랑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 글을 읽고 공감해주실 때면 참 마음이 따뜻해지고 든든했는데, 이젠 경험이 쌓이면 잊힐지도 모르는 초보 면접관으로써의 고군분투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고자 한다.
초보 면접관, 나나리,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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