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가 주는 남다른 감동
얼마전 일본여행에서 칼데라호를 본 뒤로 호수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강은 아닌 것이 물이 흐르고 바다도 아닌 것이 돌에 부딪치며 파도를 냈다. 그 뒤로 쭉 호수가 그리웠으나 매번 비행기를 탈 수는 없는 일이었다. 국내에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찾다 영랑호를 알게 됐다. 그렇게 강원도로 향했다. 항상 바다나 산을 보기 위해 가던 곳에 오로지 호수를 보기 위해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다.
속초에 나란히 자리한 두 호수가 있다. 청초호와 영랑호다. 가까우니 두 곳 다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일정으로 시간이 부족해 고민이라면 선택 기준을 제안하고자 한다. 청초호는 호수 주변에 숙박시설과 식당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좀 더 관광지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반면 영랑호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먹거리가 필요하다면 청초호를, 자연경관 감상하기를 선호한다면 영랑호를 추천한다. 나는 후자였다.
영랑호는 생태가 잘 보전된 곳이다. 그 물은 맑고 깨끗해 안이 다 들여다보일 정도다. 물결에 내려앉은 따뜻한 햇살 위에는 두루미나 오리과 새들이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다.
영랑호를 따라 둥글게 만들어진 산책길 코스는 넓디넓은 호수 크기에 걸맞게 7km에 이른다. 봄이면 벚꽃으로 뒤덮일 이 길은 동네 주민들의 조깅 코스로도, 연인들의 자전거 데이트 코스로도, 아이들의 롤러브레이드장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산책길 중간쯤에 이르면 영랑호의 명물인 범바위를 볼 수 있다. 거대한 바위들이 옹기종기 붙어 모여 거대한 산 하나를 이뤘다.
범바위 전망대에 오르면 우거진 나무 사이로 호수 전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 멀리 울산바위까지 내다볼 수 있다.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로도 위 사진 정도니 망원렌즈가 있다면 더 선명하게 담길 듯하다.
무엇보다 한적해서 매력적인 곳이다.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탄 여행지라면 으레 있을 호객행위나 주차 경쟁이 없다. 경치 감상을 방해할 너저분한 간판도 없다. 넘실거리는 물결소리에 호수 바람을 맞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벚꽃으로 뒤덮일 때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