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가까운 집과 일출
올여름, 거제도 옆 가조도로 떠났다. 아름다운 거제를 지나쳐 생소한 곳으로 들어섰다. 가조도에 있는 '지평집'에서 묵기 위해서였다. 지평집은 해안가에 지평(地平)을 지붕 삼아 땅보다 낮게 지은 집이다. 그 덕에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가 한결 가깝다. 지평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침대에 누워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바다가 코앞이라는 것.
땅 아래 집을 두어 그 뒷집까지 지장을 받지 않고 바다를 즐길 수 있다. 벽에 능선을 표현한 그림까지, 곳곳에 밴 세심함이 눈에 띄었다. 부족한 설명에나마 궁금함이 생기셨다면, 하기 홈페이지에서 상세 사진을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디자인뿐 아니라 숙박객의 편의도 세심하게 챙겼다. 묵어보기 전에 좋았던 게 해안 경관이라면, 묵고 나서 좋았던 건 지평집에서 챙겨주는 환영 다과와 조식이었다. 3시 체크인을 위해 메인 건물인 카페에 들어서면, 주인 분이 음료(선택 가능)와 마카롱을 내어주신다. 더운 여름, 먼 길 떠나와 지친 목을 축일 수 있었다. 다음날 조식은 속이 부담스럽지 않을 샌드위치와 과일이었다. 단정한 플레이팅에 극진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었다.
지평집을 방문할 무렵, 예능 프로그램 '캠핑클럽' 방영이 한창이었다. 경주 언덕에서 일출을 맞는 출연자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비록 같은 언덕에 온 건 아니지만, 가조도에서 꼭 해돋이를 봐야겠다 다짐했다.
▶ https://youtu.be/OR37uKG6v38
관광지 일정을 단 하나도 잡지 않았다. 오롯이 지평집 하나만 보고 온 여행이었다. 거제도 옆 한적한 섬 가조도에서, 집 외엔 아무것도 없는 해안가에서, 목적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특별했다. 심심한 시간과 풍경 안에선 일몰과 일출이라는 매일 누리는 장면도 특별해졌다. 천천히 눈과 마음에 담았다.
한적함을 즐기는 편이기도 하지만, 지평집 하나만으로도 1박이 짧고 아쉬웠다. 지평집을 알기 전까진 전혀 몰랐던, 가조도가 어떤 곳인지도 궁금해졌다. 그림 같던 작은 버스 정류장, 새하얀 전봇대와 숲, 인적이 없어 너저분한 바닷가, 역시 인적이 없어 귓가에 차는 파도 소리, 달이 뜨고 지면 무서운 기세로 차오르던 파도가 생생하다. 언젠가 다시 머무르며 이 고요한 섬의 매력을 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