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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리메 Dec 30. 2023

진상은 고객만 있는 게 아니다 3편

차별대우가 흔한 의료계 현실

간호사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댓글에 달린 “AI가 대체할 수 없는 직업 중에 상담과 간호사가 있는데 둘 다 가능하시네요?”라고 적힌 부분에서 멈칫했다.

나는 더 이상 상담을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지금 3편의 이야기를 쓰면서 느꼈겠지만 진상은 오히려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더 많았다.

물론 진상 환자들로 인해서 마음이 다친 적도 많긴 하지만 그 뒤에 오는 대처가 나를 더 아프게 했다.


그때마다 내가 느낀 것을 글로 적었다면 지금까지 아팠던 것들이 모두 치유가 되었을까? 과연 그럴까?

그렇지만 지금에서야 느끼는 거지만 어느새 마음과 몸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끼고 있다. 그전과는 다른 조금은 편안함과 뭔지 모를 여유가 있다고나 할까?

나에게 사치같이 느껴졌던 이런 기분은 얼마 되지 않았다. 내가 나를 위해 글을 쓰고 책을 읽고 타로를 통해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달라졌으니까.


또다시 예전에 있던 안 좋은 일들을 꺼내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3편을 쓰기 전에 심적으로 많이 부담이 되었다. 다시 아프기 싫은 기억들을 꺼내는 것만큼 잔인한 게 또 있을까? 꼭 상처 난 곳을 아물어서 딱지가 앉았는데 그 딱지를 다시 건드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은 덜 아물어진 곳에 피가 나기 마련이니까.


얼마나 심했으면 입술에 포진까지 잡혀서 신경통까지 나타났다. 내 몸은 이리도 약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안에 담고 있는 것보다 조금은 나으니까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로 다른 이들이 위로를 받으면 그 또한 나에게 더 큰 위로다. 그래서 이렇게 쓰는 것이다.


그럼 다시 예전에 상처를 받았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저번에 2편에 이어지는 내용이다.


그 유명한 제약회사에서 한 달간 교육을 받고 아웃소싱 업체에서 근무를 하던 중 나에게 안 좋은 소식이 다가왔다. 그때 느꼈던 통증이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은 내 온몸으로 퍼져서 점점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까지 되어버린 것이다. 이전에 “아프니까 청춘? 아프면 아무것도 못해!!”에서 밝혔던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이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의증으로 정확한 진단은 아니었지만 증상은 너무 비슷했다. 송곳으로 내 다리를 푹 찔러서 왔다 갔다 하는 증상과 더운물과 찬물을 끼얹는 증상 그리고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따갑거나 저리거나 화끈거리는 듯한 이상한 증상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났다. 또한 증상의 기저 역시 비슷한 것이 통증이 시작되는 부분이 다친 후 증상 호전이 되지 않은 후에 나타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아파하던 내게 큰 병원에 진료를 받고 나서 약을 처방받았는데 그때 증상이 얼마나 심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처방은 원내처방으로 이뤄졌고(대부분 입원환자 아니면 증상이 심하거나 그런 환자들에게만 원내 처방이 나오는데 나는 통원치료였지만 원내처방이었다.) 그 약은 이름도 정말 중증으로 보이는 “마약성 진통제”였다. 내가 어쩌다 이런 약까지 복용하는 환자가 되었나 싶은 것이 너무 슬펐고 너무 처량했다. 단지 환자들에게 아픔을 치료해 주는 간호사로 일을 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오히려 내가 아파서 간호를 받게 되었다니 어찌 이런 운명의 장난이 있다는 말인가?

리리카 캡슐 75mg

마약성 진통제는 사람을 거의 기면상태로 만들어버린다. 즉, 잠을 자는 것이 아닌데 잠을 자듯이 기절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통증이 무뎌지니까 한마디로 치료제가 아닌 증상 완화제였던 것이다. 그것만 복용한 게 아니라 내가 업무를 맡아하던 제약회사에서 또 유명한 약인 ”리리카캡슐” 역시 같이 복용하게 되었다.


이 약은 원래 간질 약으로 쓰이던 약인데 통증 완화가 부작용으로 되어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고 그 이후 신경병증성 통증에도 작용이 가능해서 당뇨병성 신경병증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지금은 오히려 허리 통증 중에서 신경성 통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기본적으로 처방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은 부작용이 심해서 처음 복용 시 어지럽고 엄청 졸리기 때문에 나중에 약을 끊었을 때도 엄청 머리가 아프다 그러다 약을 안 먹으면 심하게 땀을 흘리는 부작용도 있었으니 말 안 해도 알 거다.


이런 약을 복용하면서 일을 하기란 쉽지 않았고, 계속 어지럽고 픽픽 쓰러지는 현상 때문에 회사에서 긴급회의에 들어갔고 나에게 재택근무를 권유했다. 내 생각이지만 그때 당시엔 재택근무가 활발하지 않았고, 내가 자발적으로 그 회사의 업무를 원했던 것이 아니었기에 이사님의 권한으로 그 업무를 하다가 오히려 내가 아파지면서 회사에서는 나를 자를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보니까 산재처리를 했어야 하나 싶은데 암튼 그렇게 재택을 하던 중 역시나 진상들의 전화는 계속되었고,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었던 나는 잠시 쉬기로 하고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겼다. 그렇게 나는 간호사이면서 환자가 되었다. 그 시기가 나의 암흑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가장 이쁠 나이 30대에 가장 아프고 가장 힘들던 때였다.

그때 내게 일어난 일은 바로 학위로 인한 차별대우였다. 간호사는 3년제와 4년 제로 나뉘었고, 나는 3년제를 나왔다. 지금은 학벌 평등을 우선시한다며 모두 4년 제로 개편되었고, 그 학위 역시 자동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간호사마다 각자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


나에겐 학점은행제와 방송통신대 그리고 Rn-Bsn(간호학과 편입) 등이 있었지만 학비와 시간 등의 문제로 차일피일 미루던 상태였다. 근데, 회사에서 나 이외의 사람을 모집하는데 한분은 약사님이 오셨고 또 다른 한분은 나보다 학위가 4년 제라는 이유로 늦게 들어오셨는데 직함이 내 위였다. 나는 사원 그분은 주임 대체 학력으로 그 사람의 직위를 변경하는 게 정당한 걸까?


내가 제일 먼저 위임되어 그 일을 도 맡아서  인계를 받아 아웃소싱 업체인 우리 회사에서 업무 하게 만든 장본인인데 그런 대우는 꿈꿀 수가 없었다. 내가 먼저 했다는 것보다 학력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다. 몸이 아파가며 열심 일 했던 내겐 충격 그 자체였다. 병원이 아닌 사회에서의 간호사는 대우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인건비 싼 의료진이었고, 그저 의사를 대체할 수 있는 것 말고는 다른 조건이 없었다.

피라미드 구조 예시

가장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 집단이 병원과 의료계다. 수많은 직군과 차별적인 급여체계들 물론 그들의 경력이나 쌓아온 것들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하지만 대학병원이나 준종합병원급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간호사들과 정규직들은 보수나 복지에서 차이가 상당하며 그들 보다 더 한 직군들 (청소나 식당에 일하시는 여사님들)은 몸을 쓰는 것 대비 인건비가 정말 싸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더라도 어디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차별적인 대우를 받는 곳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일한다.


하고자 하는 말이 많았지만 어쩌다 보니 다른 이야기들로 글이 길어졌다. 4편까지 쓰려고 한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의료현실들과 간호사들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내 글을 읽고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글 쓰는 일이 그전보다 재밌어졌다. 내 아픔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치유가 되는 그런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그동안 겪어왔던 모든 아픔들은 이로써 빛을 발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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