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어느 식사 자리에서인가 술자리에서인가 "너는 사람이 원색이야."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던 이사님이 "무슨 원색. 얘는 파스텔톤이야." 하셨다. 딱히 대꾸를 할 깝은 못되던 때라 그냥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사님이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반항은 하지 않아도, 심지가 있는 나를 조금 껄끄러워하던 실장님에겐 나는 센 색깔의 사람이었고, 사실은 마음이 여리고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눈치챈 이사님에게 나는 파스텔톤의 사람이었던 것이다.
사람에게는 여러 면이 있는데 그것은 양면성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쩌면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을 듯하다. 나는 일로 만나거나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평을 듣고, 조금 깊이 알거나 사적으로 만난 사람에게는 감성적인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나는 후자에 가까운 사람이다. 기본적으로 감성적인 사람이기에 특히 일을 할 때는 논리와 이성을 갖추려고 노력한다. 글을 쓸 때에도 '감성'이 '감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를 하는 편이다. 스스로 균형을 잡아가려는 것이다.
그런 균형 맞추기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보통 특징적인 색깔이 있다. 그 색깔이 나와 비슷해 끌리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전혀 다른 의외성이 흥미로워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고유의 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나' 답다라는 말이기도 할 테다. 보색도 유사 색도 함께 어우러지게 놓을 줄만 알면 된다.
색. 색. 색. 당신은 무슨 색깔인가요?
2019.02.13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