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연애에도 보험이 있나요?

마음이 다쳤어요, 과실은 제가50%인 거같구요.

연애에는 왜 보험 같은 게 없을까?

시작하는 연인들한테 보험 같은 거를 들라고 광고하는 보험회사가 좀 있었으면 좋겠다. 연애의 시작에서는 지나친 감정 과잉에 두근거려서 죽을 수도 있고, 연애의 말미에는 끝없는 감정의 파도에 휩쓸려서 정처 없이 떠내려갈 수 있으니 연애를 하는 마음에는 어쨌든 간에 보험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보험이 필요한 이유: 마음이 다쳤어요, 과실은 제가 50%인 거 같구요  

연인의 싸움은 솔로몬이 필요하다. 주변 친구나 가족은 절대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지 않는다. 차라리 길가는 아무 나를 붙잡고 판단을 내리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답을 얻는 솔루션이 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간 싸울 때마다 친구한테 '야 누가 잘못했냐? 나야? 걔야? 아 나야?' 할 수 없는 거니 이런 부분은 말도 안 되는 타로카드나 사주를 보는 사람에게 의존할게 아니라 수많은 Case를 DB 화 하여 보관하고 있는 보험사에서 처리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이별의 슬픔이 우릴 죽게 하진 않겠지만 일상생활을 망가뜨릴 순 있잖아 

몸과 마음이 따로 놀게 되면 심장에는 무리수라는 병이 온다고 한다. 짧던 길던간에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했다면 헤어지게 될 시 이전의 온전한 나로 돌아오기 위한 회복탄력성을 필요로 한다. 슬프게도 회복탄력성이란 녀석은 근육과 같아서 마음이 약하고 정이 많을수록 더 약하다고 한다. (본인만 생각하고 이기적일수록 강하다는 뜻이다) 회복탄력성에 따라 슬픔을 참아내는 능력은 각각 다르겠지만 크던 작던 슬픔이란 감정은 우리의 일상을 마비시키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다. 이별해서 정신이 없어 업무에 착오가 생기는 영향을 미쳤다면, 운동할 때 집중이 흐트러져 근력 손실이 되었다면, 멍 때리다가 해야 할 것들을 하나 둘 놓치기 시작했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보험도 필요한 것이다. 

특히 감정 기복이 심해 스스로를 깊은 심연의 바닥에 처박아두는 사람들일수록 이런 보험들은 더욱 필수라고 생각한다. 보험 계약 시점으로부터 해당 대상의 일상생활을 데이터화 하여 그 사람의 일상 패턴대로 하루가 무탈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알람을 보내주고 챙기는 일, 이전 연인들이 해주던 '밥 먹었어?, 퇴근했어?' 같은 소소한 챙김을 대신해주며 다시 싱글로써 soft landing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보험이 대신해 주는 거다.   

들어주는 귀도 한계가 있다 

나는 원래 이별을 하면 가까운 친구 몇 명에게 하루에 두세 번씩 전화해 주저리주저리 떠드는 타입이었는데 어느 날 그중 한 친구가 '친구관계도 애인과 같아서 적당히를 지켰을때 오래갈 수 있어' 라는 말을 듣고서는 고치게 되었다. 친구는 무엇이든 얘기해도 되는 사이지만, 들어주는 귀에도 한계효용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징징거림이 듣는 이의 입장에서는 감정노동당한다고 여기게 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가까운 친구에게조차 차마 할 수 없는 얘기들도 있다. 정신과 의사의 말에 의하면 100%를 털어놓을 수 없는 대상이 없는 자들이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가 정신과 상담이라고 하는데, 이별했다고 정신과까지 가는 건 좀 두렵잖아? 그러기 때문에 끝없는 징징거림을 하기 위해, 찐 친한 테도 털어놓기 힘든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을 대상의 역할을 해줄 누군가를 하기 위해 보험이 있어주면 하는 거다. 

보험계약 만료하고 싶은데요

그럼 이 보험은 결혼하면 전액 환급받을 수 있는 거예요?라고 묻는다면... 흠, Happily Ever After까지 가게 된다면 그 이후에 일어나는 인생 2막에 대한 보험으로 전환되는 형태의 보험으로 전환되면 되는 거 아닐까요?라고 답을 주고 싶다. 꼭 환급을 받고 싶다면? 그렇다면 받으면 되지. 단, 누군가는 이 혜택을 남용할 수 있으니 지나치게 짧은 연애일 경우라면 수수료를 떼고 환급하는 거로 기준을 세우고 말이죠. 

가능하다면 오늘도 우리 모두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날도 좋은 여름이니까 말이죠. 

날이 맑은 일요일에, 17편 끝 :-)